레드오션 된 렌털, 새 성장판 찾기 나섰다

산업 리포트

생활가전렌털
지난 12일 생활가전기업 코웨이 주가가 장중 한때 14% 넘게 폭락하다가 4.34% 하락으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시가총액 7조원 안팎의 대기업 주가가 장중 10%나 널뛰기한 것은 드문 일이다.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날 공개한 코웨이 실적 때문이다. 매출 증가율이 지난 5년(2009~2013년)간 연평균 7.4%에서 지난해 4%대로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종목 전체로 보면 4% 매출 증가율은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던 코웨이 투자자들로선 실망스러운 실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주로 분류했던 코웨이 주식을 이제는 가치주(성장성은 낮으나 이익이 꾸준히 쌓여 자산이 많은 주식)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웨이, 사업 확장 시도

코웨이가 최근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내놓겠다고 한 데는 ‘기존 사업만으로는 높은 성장성을 이어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게 회사 안팎의 분석이다. 코웨이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전원을 제어하고 대기 질을 분석한 뒤 ‘환기 필요’와 같은 사용자 행동을 제시하는 공기청정기를 연내 판매할 계획이다.

김동현 코웨이 사장은 “두 달에 한 번 코디(코웨이 레이디)가 방문해 필터 점검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사용자가 많다”며 “IoT를 통해 맞춤형 상시 관리를 하면 렌털료를 올려 받더라도 사용자가 기꺼이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콘셉트를 새롭게 정의하고 혁신을 이룰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코웨이는 자사가 판매하지 않은 제품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에어컨이나 세탁기, 주방 레인지후드 등 사용자가 직접 청소하기 어려운 제품군이 타깃이다. 침대 매트리스 렌털·관리 서비스를 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다른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전문 관리사 조직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청호나이스, 새 수익원 발굴 나서생활가전 렌털 시장 2위 사업자인 청호나이스는 초대형 정수기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공장용 정수기나 학교, 회사 등 단체시설용 정수기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또 외딴섬이나 대형 선박 등 바닷물을 걸러 식수로 마셔야 하는 곳에 필요한 담수 장비 사업도 기존보다 확장하기로 했다. 일반 가정의 렌털제품 수요 증가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은 “물을 관리하는 기업이란 정체성에 부합하게 사업 계획을 다시 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호나이스는 얼음정수기 커피정수기 등 혁신적인 정수기를 먼저 내놓으며 시장 트렌드 변화를 주도해 왔다.

반면 교원(회장 장평순)은 제품군을 확장하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존 렌털제품 시장에서 밀린다면 기능을 다양화하거나 신규로 품목을 늘리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경쟁 더 치열해질 듯

렌털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새 사업자의 잇단 진출도 기존 업체들에 큰 위협 요인이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 1위인 쿠쿠전자는 생활가전 렌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쿠쿠전자는 정수기 등 렌털 제품 대부분을 외주로 생산하지만 전기레인지는 기존 밥솥기술을 활용해 자체 생산한다. 경쟁 렌털업체에 없는 전기레인지를 통해 주방가전 렌털 쪽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용자가 스스로 교체할 수 있는 필터를 적용한 저가형 정수기를 지난해 내놓으면서 정수기 렌털 시장에 진입한 바디프랜드는 올해 냉·온수 기능을 갖춘 중·고가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