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돌 삼성경제연구소의 변신…'지식기업'에서 '컨설팅 회사'로

1991년 그룹 연구소로 출발…연구원 150명으로 외형 키워
경제·경영 관련 콘텐츠 판매…수익형 연구소로 탈바꿈
연 매출 1660억원 올려
2013년 계열사 크레듀에 세리CEO 사업 전격 매각
그룹 컨설팅 조직으로 변신
삼성그룹 계열 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1991년 그룹 내부 연구소로 출발해 연 매출 16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국내 최대 민간연구소가 됐다. 한때 ‘세리CEO’, ‘세리 인포메이션’ 등 유료 콘텐츠를 통해 민간연구소 업계에 ‘지식으로 돈 버는 모델’을 제시했던 이 연구소는 최근 컨설팅 회사로 빠르게 변신 중이다. 최근 5년 새 연구인력을 50명 늘렸고 삼성SDS,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 사업 재편의 방향도 이곳에서 조언한다. 맥킨지 등 외부 컨설팅업체에서 조언을 받던 삼성 계열사들은 사업 재편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컨설팅 용역을 삼성경제연구소에 맡기는 추세다.

○‘지식기업’ 꿈꿨던 SERI
삼성경제연구소(사장 정기영·사진)는 1986년 삼성생명 부속 조직으로 출발해 1991년 그룹 연구조직으로 확대 개편됐다. 삼성전자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상 연구용역과 임직원 재교육을 주로 담당해왔다. ‘돈 버는 일’보다 ‘경영 자문’이 이 연구소의 주된 역할이었다. 그러던 1998년, 삼성경제연구소는 변신에 나섰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에게 제공하던 내부 콘텐츠인 세리CEO를 외부에 개방하기 시작했다. 세리CEO는 최신 경영 트렌드, 경제동향, 산업·기술 변화, 인문학, 매니지먼트, 리더십, 철학, 문학, 스포츠 등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제공하는 ‘통섭형’ 지식상품이다. 제공 콘텐츠는 1만2000여건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세리CEO 콘텐츠 제공 대가로 100만원이 넘는 연회비를 받았다. ‘지식으로 돈을 버는’ 수익형 연구소로 탈바꿈한 것. 비싼 회비에도 세리CEO의 인기는 뜨거웠다. 외부 개방 첫해부터 기업, 교수, 관료 등 오피니언리더들의 가입이 줄을 이었다. 120만~150만원을 내는 개인·단체 유료회원은 1만3300여명(2014년 기준). 여기에 국방부와 일선 학교 등 콘텐츠를 일괄 제공받는 준회원을 합하면 30만여명에 달한다.

실적도 좋았다. 세리CEO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1년 각각 206억원과 93억원, 2012년 각각 190억원과 87억원을 기록했다. 세리CEO 인기 덕분에 삼성경제연구소 매출(연구용역+인력교육)도 급증했다. 2001년 382억원이던 매출은 2013년 1660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2013년 매출은 경쟁사인 LG경제연구원의 2.2배, 현대경제연구원의 6.7배에 달한다.
○계열사 경영자문…삼성의 ‘컨설팅 펌’

세리CEO를 내세워 잘나가던 삼성경제연구소는 2013년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2012년 자회사로 떼어낸 세리CEO를 이듬해 11월 그룹 계열사인 크레듀에 전격 매각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경제연구소는 매년 하반기 외부에 공개해왔던 성장률·환율·유가 동향 등을 담은 ‘경제 전망’ 발표도 중단했다. 그룹 관계자는 “지식콘텐츠 사업은 크레듀로 일원화하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컨설팅 전문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외부 콘텐츠 제공사업을 전면 중단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부 컨설팅 전문조직으로 탈바꿈했다. 우선 2009년 100여명이던 연구인력을 작년 말 150여명으로 늘렸다. LG경제연구원(103명), 현대경제연구원(50명)과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인력 규모다. 다음달 건설·엔지니어링, 광고·호텔·식음료 등 서비스 부문 연구인력 10여명을 추가 채용하는 등 연구조직을 계속 확충한다는 계획이다.계열사 컨설팅 업무 비중도 크게 늘었다. 2013년 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자문으로 올린 매출은 778억원으로 전년(2012년) 대비 100억원 가까이 늘었다. 경영자문과 함께 인력 재교육을 해주고서 올린 매출(2013년 기준)도 삼성전자 811억원, 삼성디스플레이 117억원, 삼성물산 81억원 등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2013년부터 추진한 계열사 구조조정의 상당수가 삼성경제연구소 컨설팅을 받아 진행된 것들”이라며 “(삼성경제연구소가) ‘미래 삼성’의 방향성을 제시할 두뇌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