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환율전쟁 상황 아니다"

4개월째 금리 동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통화정책이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최근 주요국의 통화 완화 정책 행진도 ‘환율전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기준금리(연 2%)를 포함한 통화 기조가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사상 최저치인 연 2%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국내 경기에 대해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 회복이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관련해선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의 크기는 (평가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금리 변화에 따른 영향을 좀 더 지켜본 뒤 추가 인하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견해다. 이번 금통위 전까지도 일부에선 상반기 중 금리 추가 인하를 점쳤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스웨덴 호주 싱가포르 등이 통화완화에 나선 만큼 한은도 가만있기 어렵게 됐다는 게 그 근거였다. 경기 회복을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끌어내리는 ‘환율전쟁’ 조짐도 우려됐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환율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많은 나라가 통화완화 정책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경기 회복세를 좀 더 높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는 다만 “원화가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며 예의주시했다. 일본, 유럽으로 가는 수출이 감소하는 등 그 여파가 적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코스닥지수가 상승하는 등 자산시장 흐름이 빨라진 데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정부의 활성화 조치 이후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며 “그러나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는 여전히 약하다”고 평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