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58배·CJ E&M 48배·메디톡스 37배…비싸야 러브콜…코스닥 高PER주 독주

지표보다 성장 스토리 중시
PER 높을수록 주가 뛰어

高PER주에 꽂힌 기관
올들어 4389억치 쓸어담아
연기금이 절반 이상 차지
2월 들어 주가가 59% 뛴 셀트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8.79배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1141억원에 그쳤지만 지난 17일 기준 시가총액은 6조7113억원에 달했다. 주식시장 몸값만 따지면, 지난해 1조2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우리은행(시가총액 약 6조4000억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씨젠, 메디톡스 등 코스닥 600시대의 다른 주역들도 30~40배에 달하는 PER을 기록 중이다. PER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더 많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된 결과다.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싸면 주식을 사고, 그렇지 않으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상식이 코스닥시장에선 통하지 않고 있다.

22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10% 이상 주가가 뛴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이 ‘고(高) PER’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PER이 씨젠은 54.01배, CJ E&M은 48.06배에 달했다. 메디톡스(37.18배), 내츄럴엔도텍(34.49배) 등도 PER 30배가 넘는 고평가주로 나타났다.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닥시장 성장주를 논할 때는 PER과 같은 지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성장 스토리를 중시하는 투자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고 PER주들의 강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까지 비싼 주식을 쓸어담고 있어서다. 올 들어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438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739억원이 장기투자자인 연기금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연기금은 올 들어 고평가 논란을 빚고 있는 셀트리온(순매수액 315억원), CJ E&M(303억원), 내츄럴엔도텍(266억원) 등에 자금을 집중했다. 증권가에서는 기관이 ‘스타 중소형주’를 잔뜩 들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향후 수급 측면에서도 중소형주들이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 등을 통해 중소형주 매입을 희망하는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서다. 글로벌 산업경기 침체로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들이 고전하고 있는 점 역시 스타 중소형주 주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일각에선 슬슬 한계가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뤄져 시장의 기대 수익률이 올라가면 비싼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 담당 이사는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드러나는 2분기부터는 스타 중소형주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주가수익비율(PER)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싼지 아니면 비싼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구한다. 보통 PER은 주가가 오르면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아진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평균 PER은 15배 안팎, 코스닥프리미어지수를 구성하는 100대 코스닥 우량 기업의 평균 PER은 19배 수준.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