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설움 겪은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규제 몇 개 없애기보다 현장중심 '틀' 만들겠다"

"빨간딱지식 지양…수요자 원하는 정책 펼 것"
건전성 규제·구두 지도 등 대폭 줄여나갈 듯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2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는 이날 직접 자동차를 몰고 왔다. 연합뉴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단순히 규제 몇 개를 없애는 차원이 아니라 시장 자율과 경쟁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규제의 틀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자율·경쟁 확대가 큰 방향”임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한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22일 본지 기자와 만나 금융 개혁의 큰 방향으로 ‘시장 자율’과 ‘경쟁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규제 개혁은 단순히 몇 개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새로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시장 자율과 경쟁을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전체적인 규제의 틀을 바꾸는 데 주안점을 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 규제 완화의 양을 따지기보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규제의 ‘판’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 후보자는 “금융 현장에서 근무한 점이 위원장 임무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구체적인 복안을 이미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금융정책도 강조했다. 임 후보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슨 정책이든 수요자에게 어떤 효과를 줄지 미리 고민한 뒤 시행해야 한다”며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빨간딱지 붙이기식 규제나 제재를 없애고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를 하지 않는 게 규제의 틀을 바꾸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위원장에 지명된 다음날인 지난 18일 금융위 간부들과의 상견례에서 “현장을 잘 파악한 뒤 정책을 만들어야 탁상행정을 피하고 금융당국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고통 있어도 선제적 구조조정해야

임 후보자의 이같은 발언으로 볼 때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와 구두 지도 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후보자로 지명받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의 실물 지원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금융이 실물 지원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금융개혁이라고 생각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앞서 지난 3일 범금융 대토론회 때도 “당국이 간섭하지 않아도 금융회사들은 건전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불투명한 현장 지도와 구두 지도를 명문화하고 규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규제 개혁과 별도로 기업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임 후보자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은 굉장한 고통이 따르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므로 선제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는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임 후보자는 이날 금융위 국별 업무보고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장창민/박종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