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4촌 공동경영 성공 비결은 '4-4-2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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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구태회·평회·두회 형제 집안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저녁,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LS 주식 25만주를 아들 구동휘 LS산전 부장에게 팔았다. 구자용 E1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딸들에게 각각 LS 주식 10만주를 넘겼다.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도 딸들에게 LS 주식 5만주를 매각했다. 부자간, 부녀간 주식 매매거래가 동시에 이뤄진 것.
4-4-2 지분 비율 유지
경영권 다툼 없이 화합 도모
이번 거래는 구동휘 부장 등 오너 3세들이 배당수익으로 LS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하필 아버지 주식을 산 이유는 뭘까. LS그룹 관계자는 “세 집안이 공동 경영하는 LS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LS그룹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넷째)·고 구평회(다섯째)·고 구두회(여섯째) 형제 집안이 공동 경영하는 회사다. 2003년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지주사인 LS를 세울 때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를 뺀 세 집안의 지분 비율이 4 대 4 대 2였다. 세 집안은 경영권 다툼을 없애기 위해 이 지분 비율을 깨지 않기로 했고 지금까지 12년간 ‘4-4-2룰’을 유지하고 있다. 17일 이뤄진 오너 일가의 주식 거래도 오너 3세들이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세 집안의 지분 비율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LS그룹은 그룹 회장직도 세 집안이 번갈아가며 맡는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LS그룹 1대 회장을 지냈다. 이어 구평회 회장 장남인 구자열 회장이 2대 회장을 맡고 있다. 회장직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게 아니라 사촌형제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지배구조가 복잡해 사촌형제 간에 경영권 다툼이 생길 것 같지만 지금껏 잡음 한 번 없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