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산속에서 - 나희덕 (1966~)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홀로 야간 산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머리에 매단 전등에 의지해 하염없이 걷다 외로움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기다 대피소의 작은 불빛을 보고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빛이 없으면 살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 불이 인공의 빛이든 다른 사람의 손이든 우리는 빛을 좇아가며 삽니다. 남의 빛만 따라가지는 않았는지, 나는 다른 이에게 빛을 비춘 적이 있는지 문득 든 생각에 부끄러움이 밀려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