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따뜻한 동행] 꿈·희망 잃지 않도록…'상생의 溫氣' 전한다

기업들 경기침체에도 사회공헌 지출 비중 4년 연속 늘려

삼성·현대차·LG, 중소 협력사에 물품대금 미리 지급

한화·두산그룹도 계열사 나눔·봉사활동
올해 설 연휴는 예년보다 길었지만, 과거와 같은 ‘설 특수’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왔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살림살이는 이번 설 연휴의 단골 대화 소재였다. 통계를 봐도 가계에 ‘돈’은 들어오지 않고 ‘빚’만 늘어간다. 올해 1월 가계부채(은행 대출 기준)는 562조3000억원으로 작년 12월보다 1조4000억원 늘었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4%로 낮췄다. 경제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한 국민들의 살림살이에 기업들의 ‘공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국내 기업 사회공헌 지출 규모(234개사 대상 조사)는 2013년 2조8114억원이다.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사회공헌 지출 비용을 줄인 기업이 적지 않았지만, 세전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사회공헌 지출 비중은 3.76%로 전년보다 높아졌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눔’에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게 전경련의 예상이다.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은 경영실적 부진에도 소외계층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협력사들에 납품대금을 미리 지원하고, 임직원들이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하는 곳이 많았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앞서 사회공헌에 힘을 쏟고 있다.이달 초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삼성그룹 17개 계열사는 협력사에 물품대금 1조7800억원가량을 보름 일찍 지급했다. 삼성그룹은 200억원 상당의 전통문화상품권도 구입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연휴 동안 상품권을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해 서민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LG그룹도 중소 협력사들을 위해 설 명절 이전에 1조1000억원 상당의 납품대금을 미리 지급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초 2000여개 1차 협력사에 1조2300억원의 납품대금을 당초 예정일보다 1주일가량 앞당겨 지급했다. 또 1차 협력사에 2·3차 협력사의 납품대금도 조기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대·기아차 등 18개 계열사 임직원들은 설 연휴 기간에 노인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생필품과 명절 선물을 전달했다.

다른 그룹도 나눔 활동에 적극적이다. 한화그룹은 이달 초부터 (주)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한화건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저소득 독거노인, 복지시설 아동, 다문화 가정을 찾아 명절 선물을 전달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솔선수범해 봉사현장을 찾았다.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계열사를 통해 나눔의 손길을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천지역 소외계층에 20㎏짜리 쌀 450부대를 전달했다. 두산중공업은 베트남 빈선 지역에서 사업장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 다과회를 열었다. 동국제강도 이달 초 설 명절을 앞두고 부산, 인천, 충남 당진 등 사업장 인근 지역의 소외계층 주민 150여명에게 3750만원의 생활자금을 지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