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IC 존폐론의 이 황당한 논점들

한국투자공사(KIC) 폐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국회 기재위 여야 간사들까지 폐지론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야당 측 간사인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KIC 폐지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KIC 폐지론이 국회의 진정성 있는 입법 판단인지 단순히 안홍철 사장을 내치고 기관을 복종시키겠다는 괴이쩍은 엄포에 불과한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정희수 기재위원장이 한국은행과의 통합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진정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동안 기재위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경과를 보면 ‘홧김에 극약처방’이라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KIC는 2005년 노무현 정부 아래서 설립됐다.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부펀드는 자원부국이나 강력한 독재정부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싱가포르만 해도 최고권력층 가족이 지배하는 등 불투명성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정부는 한은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한은이 월가 등에서 자금운용을 하면서 취득한 정보가 정부 안에서 공유되지 않는다는 등의 현실적 고충을 들어 기관 설립을 밀어붙였다.

KIC는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해외 주식이나 채권, 대안투자 등에 자산을 굴리지만 투자원금 700억달러 중 500억달러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국가부채인 것이 치명적 약점이다. 연 5% 남짓의 수익을 올린다지만 조달비용까지 감안하면 수익률이랄 것도 없다. 이미 국민연금이 세계 최대수준의 펀드로 떠올랐고 한은이 별도의 외자운용원을 운영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따로 KIC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 논란이 사장 한 사람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치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가기관을 만드는 것도, 폐지하는 것도 이렇게 가벼워서야,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