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등, 수학적 思考·논리적 토론으로 풀 수 있다"

정년 퇴임하는 '수학 한류 전도사' 민경찬 연세대 교수

세계수학자대회 한국유치 보람
사회에 어떻게 영향 미치나 알면
수학은 정말 재미있는 학문될 것
“논리를 중시하는 수학적 사고가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 발전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25일 퇴임하는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66·사진)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학적 사고가 인문, 사회, 예술 등 다른 분야와 융합되면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고, 합의가 어려웠던 사회 문제도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민 교수는 수학적 사고와 토론을 통한 사회갈등 해결은 결국 “국가적 자본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한 민 교수는 캐나다 칼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2년부터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모호한 정보에서 정답을 찾는 ‘퍼지 수학’의 권위자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 등을 지내기도 했다.

민 교수는 한국을 수학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수학연맹(IMU)은 회원국 논문수를 토대로 회원국을 1~5그룹으로 분류하는데, 민 교수가 대한수학회 회장을 맡고 있던 2006년만 해도 한국은 하위권인 2그룹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1년 만에 한국은 IMU 평가에서 4그룹으로 두 단계 뛰어올랐고, 지난해엔 수학 강국에서만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를 개최했다.

2006년 당시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세계수학자대회 유치를 공언하고 나선 사람도 민 교수였다. 한국 수학학자들의 업적이 세계 수학 강국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한국 수학자들의 논문 등을 직접 조사해봤더니 세계 12위권의 높은 수준이었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널을 모두 찾아 흩어진 한국 수학자들의 논문을 모았고, IMU 평가에 새로 반영하면서 한국의 지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세계수학자대회를 한국이 유치할 수 있는 배경이 됐고 제3세계 국가에 ‘수학한류’를 일으키는 계기로 발전했다.민 교수는 퇴임 후에도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로 강의하며 수학계 발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새 학기엔 연세대 신입생을 위한 특별강의에 나선다. ‘세상을 바꾸는 수학’이란 주제로 공식에 의존하던 고리타분한 수학이 아닌 개념과 스토리를 중시하는 수학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예컨대 미분과 적분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철학적 의미를 살펴 본 뒤 실제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민 교수는 “수학이 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면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 될 것”이라며 “수학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가 더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