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80% "정부 경제정책 점수 C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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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제학 공동학술대회경제학자 5명 가운데 2명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저성장으로 인한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투자 부진과 가계부채 부담, 고령화 등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우려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선 80% 이상이 ‘C’ 이하의 낮은 점수를 줬다.
5명 중 2명 "국내 경제, 디플레이션 진입했다"
내수침체 원인…기업투자 부진·가계부채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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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인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넘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연 2.5~3.5%를 밑돌면서 디플레 조짐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제유가가 하락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가 2%대로 갔을 것”이라며 디플레는 아니라고 맞섰다. 저물가 원인으로 농산물값 안정, 저유가 등 공급 요인을 강조해 왔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공급 요인(22.7%)보다 수요 부진(63.6%)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봤다. 가계와 기업이 향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소비 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내수침체 원인으로는 28.8%가 ‘기업투자 부진’을 꼽았다. 가계부채 부담(27.3%), 양질의 일자리 감소(24.25%),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12.1%) 등이 뒤를 이었다.
○“정책 혼선 불만스럽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점수(A~E)로는 C(33.3%), D(28.8%), E(22.7%) 순으로 평가가 몰렸다. 상위권인 A(4.5%)와 B(10.6%)를 준 답변은 적었다.정책 운용의 아쉬운 점에 대해선 62.1%가 ‘정책 혼선’이라고 응답했다. 경제민주화-활성화, 복지-증세 등 상반된 방향을 오가며 정책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소통능력 부족(16.7%), 관료집단의 냉소주의와 복지부동(12.1%), 소득세법 개정안 등 세금 정책의 불확실성(4.5%)을 꼽기도 했다.
복지와 증세 논란에 대해서는 48.5%가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답변했다. 복지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증세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증세는 미래를 위해 아껴둬야 하므로 복지를 줄여야 한다(18.2%)’거나 ‘공약가계부를 지키면 증세 없이 가능하다(12.1%)’며 정치권 일부의 증세 논의를 경계했다.
○금리동결론에 무게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해외 변수로는 45.5%가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를 꼽았다. 엔저 등 환율 전쟁 확산(27.3%), 미국 기준금리 인상(19.7%)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답했다.
엇갈리는 해외 변수 탓에 한은의 통화정책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경제학자들은 진단했다.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 ‘동결해야 한다(56.1%)’는 견해가 과반수였다.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인하(27.3%) 주장이 나왔지만 인상(16.7%)도 없지 않았다. 미국이 금리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면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연 2.0%)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