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친구 영전에 바치는 졸업장

유도 유망주 친구 위로하러 왔다가 불의의 교통사고

'금메달 약속'은 못 지켰지만…
국민대에 명예학위 달라 청원
26일 국민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는 고 김종태 씨(왼쪽)와 곽대성 하이원스포츠단 사무국장의 대학 시절 모습. 국민대 제공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건 큰 영광이었지만 ‘꼭 금메달을 따라’는 친구의 유언은 지키지 못했어요.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국민대는 26일 학위수여식에서 체육학과 91학번인 고(故) 김종태 씨(사망 당시 21세)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 21년 전 숨진 친구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해달라는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곽대성 하이원스포츠단 사무국장(42)의 청원을 받아들여서다.1994년 8월, 영남대 유도 선수였던 곽 국장은 선수 자격 박탈이라는 위기에 몰렸다. 유망주였던 그의 영입을 둘러싸고 실업팀들이 각축을 벌이던 중 이중계약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곽 국장과 유도를 함께 해온 국민대 선수였던 김씨는 소식을 듣고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 캠퍼스로 달려왔다. 김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운동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너는 친구들을 대신해 꼭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며 곽 국장을 위로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김씨는 곽 국장과 헤어지고 불과 몇 분 뒤 캠퍼스를 달리던 차에 치여 숨졌다. 곽 국장은 “종태가 죽은 뒤 한동안은 정신병원 입원을 고려할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곽 국장과 김씨는 대구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부에서 처음 만났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이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괴롭혔던 친구들로부터 서로를 지켜주면서 금세 친해졌다. 중학교는 각자 다른 곳으로 갔지만 고등학생 시절 계성고 유도부에서 다시 만나며 우정을 쌓았다.꼭 금메달을 따라는 친구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방황을 마치고 유도장으로 돌아온 곽 국장은 온 힘을 다해 연습에 매진했다. 1994년 12월 세계대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마침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곽 국장은 학위수여식에서 김씨의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