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형 vs 돌파형…'리딩뱅크' 경쟁 승자 누굴까

3개월 새 4대 시중은행장 이례적 전면 교체

직원과 공감중시형 리더
윤종규 국민은행장, 직원들 철저히 주인대접…토론으로 소통 김병호 행장

추진력 돋보이는 돌파형
"동네 축구하듯 일하지 말라" 직선적인 이광구 행장
지시 명료한 조용병 내정자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58)이 신한은행장에 내정됨으로써 최근 3개월 새 4대 시중은행장이 모두 바뀌었다. 정기 주총시즌이 아닌데도 한꺼번에 4대 시중은행장이 교체된 건 매우 이례적이다. KB사태로 홍역을 치른 국민은행은 작년 11월 윤종규 행장(60·KB지주 회장 겸임)을 영입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58)은 작년 말 취임했다. 김병호 하나은행장(54)은 이달 ‘대행’ 꼬리를 뗐다. 새롭게 등장한 행장들의 경쟁이 볼 만하게 됐다.
○‘공감형’ 윤종규·김병호윤 행장이 최근 지방 점포를 방문했을 때 수행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직원들과의 저녁 식사를 앞두고 윤 행장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식사 자리에 나타난 그에게 어디에 다녀왔는지 물으니 인근 빵집에서 혼자서 빵을 먹고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행장이 직원들에게 저녁을 사는 자리인데, 밥 먹느라 직원들과 얘기 나눌 시간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라는 설명이 따랐다.

국민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윤 행장을 두고 “직원들에게 철저히 주인 대접해주는 최고경영자(CEO)”라고 평가했다. 이사회 멤버들을 만날 때나, 영업점 행원을 만날 때 대하는 정성과 태도에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의 공감대를 모아 경영전략을 실행에 옮겨야만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윤 행장의 판단이다.

김 행장의 리더십도 윤 행장과 비슷하다. 김 행장이 임원 회의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선 이야기를 해보자”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행장을 맡아 나이 많은 임원들과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회의 때 발표자료도 확 줄이도록 했다. 장황한 발표가 아니라 핵심만 간단히 설명하라는 지시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급속히 성장한 조직이라 상명하복의 문화가 남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김 행장이 이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행장 모두 ‘나를 따르라’ 식의 일방적 지시보다는 합리적인 업무스타일을 추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돌파형’ 이광구·조용병

이 행장은 ‘돌파형’이다. 부드러운 외모 및 말투와 달리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달성하는 추진력을 갖췄다. 이 행장이 개인고객 담당 부행장을 맡던 시절, 우리은행은 처음으로 개인 고객 20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고객 확대와 자산 성장으로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는 경영전략도 그의 추진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업무 지시도 명확하고 직선적이다. 지시에 군더더기가 없다 보니 임원 회의 시간도 역대 행장 중에서 가장 짧다는 평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항상 하는 지시는 맡은 일을 다 하라는 것과 동네 축구하듯 전략 없이 하지 말라는 것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조 내정자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업무 지시가 명료하면서도 ‘직언’을 귀담아들어 조직원 간에 격의 없이 소통한다는 평가다. 주로 인사와 국제 업무를 담당했지만 영업점에서도 실적 1등을 휩쓰는 등 추진력도 돋보였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