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리쇼어링, 아직은 탐색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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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경영노트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온다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가전공장을 미국에 새롭게 건설하는가 하면 애플, 구글, 캐터필러 등 다수 기업이 돌아오면서 리쇼어링이 제조 전략의 새로운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로 나가기만 했던 기업들이 왜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일까.
< reshoring :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유턴 >
과거 신흥국의 인건비는 선진국과 차이가 확연해 물류, 운전자금 측면의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아 대부분 기업이 신흥국에 제조거점을 뒀다. 그러나 최근 10여년간 신흥국의 인건비 상승, 환율 변화로 저임금 활용이 점차 어려워지자 많은 기업이 제조거점의 회귀를 검토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설문조사에서도 리쇼어링 계획이 있는 기업이 2012년 10%에서 최근 2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는 리쇼어링의 큰 배경 중 하나가 연구개발·기획 기능과 제조 기능 간 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리쇼어링이 비용 최적화와 더불어 가치 사슬 간 협력을 통한 혁신 역량 극대화도 덤으로 기대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전면적으로 리쇼어링 사례는 예상보다 적다. 기대효과가 일반적이지 않고 사업구조에 따라 서로 상충관계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이 작고 해외시장을 중점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의 경우 가치 사슬 간 협력은 강화되나 적기 출시, 물류, 운전자본 비용 면에선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환 리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내수시장이 핵심시장인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하면 생산지와 수요지가 단일화돼 환 리스크가 사라지지만 해외 비중이 높거나 중요한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할 경우 환 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기존 저원가 생산지의 원가 상승을 새로운 저원가 생산지를 발굴해 대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 중국의 빠른 인건비 상승으로 일견 저원가 생산지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이나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저원가 생산지의 새로운 대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리쇼어링의 가치는 기업별로 다르며 리쇼어링은 제조거점 조정의 여러 대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편 리쇼어링 전략이 상당히 유효하다고 여기고 실행으로 옮긴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추적해 보면 의외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오티스는 2012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유휴공장을 인수, 멕시코 공장 리쇼어링을 단행했다. 그러나 관련 부품 인프라 및 숙련공 부족으로 정상적인 생산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쇼어링의 대표 사례였던 GE의 어플라이언스 파크, 모토로라를 인수했던 구글의 포트워스 공장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바 있으며 최근 양 사는 모두 관련 사업을 매각했다.
제조거점 전략은 다른 전략과 달리 제조 생태계와 같은 외부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좁게는 부품 인프라와 숙련된 제조인력, 넓게는 이런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 땀 흘려 일하는 제조현장에 대한 사회적 인정 등이다. 제조가 특정 지역에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자양분이 있어야 한다. 본국의 소재·부품산업이 탄탄하지 못할 경우 완제품 조립 중심의 리쇼어링은 핵심 소재와 부품을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원가 관점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소재와 부품에 기반한 혁신 경쟁에 오히려 취약해질 위험도 있다.한국 글로벌 기업은 해외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리쇼어링의 매력이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제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주역으로 나서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보다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은 혁신의 도구로서 리쇼어링의 잠재가치와 국내 제조생태계 변화를 꾸준히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감덕식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