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韓·中 FTA, 부가가치 낮은 '반쪽 협정'

"10대 수출품중 관세즉시철폐 1개
반짝한류 외 서비스분야 실익없어
개성공단 國産인정도 평가 갈릴것"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25일 가서명됐다. 중국으로서는 세계 10대 경제국과의 첫 FTA란 점에서, 한국은 제1위 교역상대국과의 FTA라는 점에서 양국 모두 협정 가서명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또 한·중 FTA 체결로 향후 동아시아 및 아·태지역 거대경제통합체 논의에서도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게 됐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경제통합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22개의 장으로 구성된 협정문은 외형상 지난 5년간 한국이 체결해 온 협정과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국내 농업계 반발을 고려해 낮은 수준의 시장개방과 서로에게 부담 없는 내용 위주로 협정을 구성했다는 점이다.‘덜 주고 덜 받은’ 중급 수준의 협정으로 봐도 무방하다. 양국 모두의 다수 관심품목이 10년 내외의 장기 관세철폐 품목으로 규정됐으므로 협정 이행 5년이 돼야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對)중국 10대 수출품목(HS6단위) 중 중국이 발효 즉시 철폐하는 품목은 단 1개(LCD 패널)뿐이고, 그동안 FTA 혜택을 기대해왔던 석유화학, 자동차, 굴착기, 2차전지 등 다수 품목은 협정에서 아예 제외됐다.

대중국 협상 전략은 농업 제외가 아니라 국내 시장을 열어주고 중국의 서비스와 투자분야 개방을 얻어내는 것이어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분야에서의 수확은 문화콘텐츠(한·중 공동제작 영화), 중국 관광업, 통신 분야 비차별 및 교차보조 금지, 건설, 법률서비스 등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개방이 극히 일부에 한정되고, 이들 서비스분야의 경제실익도 확신하기 어렵다. 건설과 법률은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이하 시범구) 내에 투자한 기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2013년에 중국 당국이 확정한 시범구 특혜 규정과 차이가 별로 없다.

한·중 간 영화 공동제작을 위해 양국이 2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우리의 참여(재정·기술적 기여)가 20% 이상이면 중국의 스크린쿼터 규제 예외로 한 것은 중국내 ‘반짝 한류’를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중국 당국이 시행하고 있는 외국 방송콘텐츠 규제와 사전심의제로 인해 중국계 불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콘텐츠 제작업계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지만, 한·중 FTA가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개성공단 역외가공 인정 품목 수를 310개로 늘리고 북한 근로자 임금을 원산지기준 계산에서 제외키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출범 10년이 됐어도 정체상태에 놓여 있고, 현지 기업의 수출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즉,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원산지 지위 인정을 FTA 홍보 핵심사항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동안 개성공단 제품은 FTA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제품의 유통경로도 불명확하고 관련 원산지기준 문제는 앞으로 적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 나진·선봉특구까지 역외가공 허용을 중국이 제안하게 되면 역외가공 허용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이번 협정문 공개로 많은 의문이 해소됨과 동시에 또 다른 의혹과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허수’로 비춰지는 관세철폐 비율이나 중국의 단순 경제규모에 근거한 경제효과를 과장하기보다는 협정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한국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한·중 FTA가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진출 및 경제활성화에 기여했으면 한다.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inkyo@in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