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비 월 21만원…'또 다른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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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국내 한 대형 은행은 임원들이 은행 예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조사비 한도를 지난해 건당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경쟁 은행 임원의 경조사비 평균이 20만원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금액=친분' 잘못된 문화
"가계에 부담" 92.4%
이 은행 관계자는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큰손’이나 접대가 필요한 사람들은 경조사 때 받은 금액을 은행별로 비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은행 임원 정도 되면 20만원은 해야 한다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말했다.모두가 살기 힘들었던 시절, 목돈이 드는 자식 결혼이나 부모상(喪) 등 경조사 때 조금씩 돈을 보태는 미풍양속이었던 경조사비 문화. 그러나 이제 경조사비는 상호부조가 아닌 상호부담이라 생각할 만큼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 경조사비 금액 수준으로 친분의 척도를 가늠하는 잘못된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7일 리서치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직장인 500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경조사비가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92.4%에 달했다. ‘약간 부담된다’는 64.6%, ‘매우 부담된다’는 27.8%다.
경조사비 지출액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조사비를 포함한 ‘가구 간 이전’ 월 지출액은 가구당(2인 이상) 21만1928원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14만2369원)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이처럼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경조사비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응답은 41.2%로 ‘유지돼야 한다’(58.8%)보다 적었다. 한국 고유의 상부상조 문화를 계승하되 과도한 부담은 줄여야 한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