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에 팬택 사겠다"는 미스터리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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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3개월 된 재미교포 펀드
투자 실적 전혀 없고 "송금 절차 몰랐다"며
인수대금 입금도 차일피일 미뤄
원밸류가 포기하면 청산 불가피…팬택·법원·매각주관사 '속앓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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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원밸류애셋의 실체작년 11월 팬택 공개매각은 유찰됐다.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법원과 매각주관사는 2차 매각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달 초 원밸류애셋이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재미동포 팀 신이 주도해 만든 펀드라고 했다. 팬택과 법원 매각주관사는 생소한 이 펀드에 대해 수소문했다. 구체적인 정보도 요구했다. 그러나 의구심은 속 시원히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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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은 물론 법원도 원밸류애셋의 정체나 사업 능력이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따져 묻지 못하고 있다. 원밸류애셋마저 인수를 포기하면 팬택은 생존의 기회를 영영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원은 ‘제조업 벤처신화 1호’란 상징적 의미가 큰 팬택에 사형 선고를 내리길 꺼리고 있다. 청산가치(1500억원)가 존속가치(1100억원)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에도 회생을 추진해온 이유다. 인수 거래를 성사시켜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매각주관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91년 설립된 팬택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그러나 삼성전자, 애플은 물론 급부상한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까지 가세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사세가 기울었다. 결국 작년 3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쳐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전설리/안대규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