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진통 겪는 중앙대의 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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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중앙대에서 구조개혁안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흑석동 중앙대 R&D센터. 학교 측이 기자들에게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의 취지를 한창 설명하던 도중에 갑자기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노크 소리는 이후 20여분간이나 이어졌다. 개혁안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학교 측 발표에 항의하며 잠긴 간담회장 문을 계속 두드린 것이었다. ‘노크 사태’로 한순간 기자들의 관심이 개편 내용에서 학교 측과 반대 교수들 간의 갈등 쪽에 쏠린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중앙대가 내놓은 구조개혁안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구조조정이 임박한 대학가에서 생존을 위한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개혁안의 핵심은 학과제를 폐지해 학문 간 칸막이를 없애고 기업 등 사회적 수요에 맞게 학문단위를 유연하게 재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대학교육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다. 서울대의 한 단과대학장은 “시대 흐름에 따라 학문에 대한 수요도 변하기 마련인데 그간 대학들은 이를 잘 반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아직 못한 걸 중앙대가 먼저 시작했다”고 평했다.학생들도 학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한 뒤 나중에 전공을 택하는 방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갈 수 있게 됐다”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날 소동은 중앙대가 내놓은 개혁안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여기엔 우선 구성원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개혁안을 밀어붙인 학교 측의 책임이 적지 않다. 당장 반대파 교수들은 단과대학별로 교수회의를 열어 개혁안을 거부하는 성명서를 낼 예정이다.
개혁안이 대학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면 교수들이 소통 부재를 비판할 수는 있어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대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학교 측과 반대 교수들은 학교 미래를 위한 진정성 있는 토론을 벌이는 게 맞다. 대학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의미 있는 개혁안이 자칫 학내 정치 논리에 표류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