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서 탄소배출권 사는 건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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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미주도 '자발적 배출권' 체제한국이 모방한 유럽 탄소배출권거래제 초기에 가장 강력한 반대는 기업이 아니라 환경단체에서 나왔다. 거래제는 과거 배출량을 근거로 배출권을 발행하기 때문에 과거에 공해를 많이 일으킨 기업이 이익을 본다는 이유에서였다.
5%로 묶인 해외 배출권 확대 필요
북과 거래는 또 다른 볼모 될 수도"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 kwangyul.peck@yonsei.ac.kr >
올초 국내 기업에 할당돼 1기(2015~2017년)에 사용될 배출권은 2011~2013년 배출량과 같은 양이다. 즉 과거 배출량의 100%를 무료 공급해 이를 사용한다. 이처럼 과거 배출량에 근거를 두는 것을 ‘역사적 기준치’제도라 한다.기업 A는 일찍 공정을 개선해 1년 배출량이 100에서 10으로 줄어들면 1기 3년간 총 30의 배출량을 무료로 받는다. 반면 재래식 공정을 고집한 같은 업종의 B는 A보다 늦게 공정을 바꿔 10을 배출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탄소배출은 A보다 더했지만 3년간 총 300의 배출량을 받아 매년 90의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본다. 현 제도에서 2기(2018~2020년)에는 1기 배출량의 97%를 무상으로 받는다.
A, B와 같은 업종인 C가 1기에도 재래식 공정을 고집하면 2기에 300의 97%인 291의 배출권을 무료로 받는 반면 A, B는 29.1의 배출권만 무료로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의도된 배출 감축은 실패하며 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 이익을 보는 ‘잘못된 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2기부터 기준치를 ‘역사적’에서 ‘기술적’으로 전환하겠다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조기감축 실적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그 양도 3% 이하로 미미하며 1기에만 적용돼 별 의미가 없다.
일본은 탄소를 금융자산화시켜 거래하는 제도가 아니라 탄소를 자원으로 거래해 탄소의 단가를 낮추고, 대외 원조금을 활용해 일본 기업의 기술을 전파하는 한편 피원조국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감축분을 일본의 탄소배출권으로 변형해 일본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제도를 설립했다. 저렴한 해외 배출권을 5%로 묶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100% 해외 배출권이다.중국은 유엔의 탄소배출권 중 60% 정도를 유럽에 공급하며 파생금융상품의 생명인 계약서에 영어·중국어 겸용을 의무화해 탄소금융을 배웠다. 배출권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칭화대에 배당해 칭화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엔 배출권을 보유하게 됐고 콜옵션을 금지해 배출권 수출을 차단시켰다. 유럽 기업이 중국에서 생성시킨 배출권을 공짜로 쓰려는 상술이다. 배출권은 21년 사용할 수 있어 유럽 기업이 중국에서 감축 투자를 해 생성시킨 배출권을 교토1기(2008~2012년)에 사용하고 이후 반출을 금지함으로써 이 막대한 배출권을 추가 투자 없이 그대로 이용할 생각으로 보인다.
올 12월의 파리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는 유엔과 유럽 주도의 교토체제가 붕괴되고 미국이 주도하는 자발적 국제공존체제로 합의된다. 각국 고유의 탄소감축체제다. 이를 두고 “구속력 있는 합의를 하지 말자는 합의”라고 빈정대기도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이번에는 국제적 합의가 나오게 되며, 세계는 ‘탄소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한다.
한국은 배출권거래제 문제점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 역사적 기준치 방법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배출권이 90%를 차지하는데 이를 대폭 삭감하고, 우리 기업들이 생성하는 해외 배출권을 현 5%에서 대폭 증가시켜야 한다. 단, JP모간이 인수한 에코시큐리티즈사를 2008년 평양으로 불러들여 배출권제도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은 북한과의 배출권 거래는 피해야 한다. 한국이 북한에 투자해 배출권을 생성해도 북한은 배출권의 ‘추가성’을 이용해 모든 배출권을 합법적으로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으며, 북한은 이를 이용해 우리의 투자를 볼모로 잡고 끝없이 다른 요구만 할 것이다.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 kwangyul.peck@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