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하는 신흥국 통화가치

경기 둔화 우려·금리 인하로
터키 리라화 사상 최저…인도네시아 루피아화 16년래 최저
중국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경기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중국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27위안으로 마감하며 2012년 10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이날 하루에만 0.9% 하락, 16년래 최저치로 밀렸다.터키 리라화도 이날 달러당 2.501리라를 기록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이날 장 후반 반등했지만 장중 달러당 2.925헤알까지 하락하면서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WSJ는 “전반적으로 취약한 신흥국 경제상황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주된 외화 수입원인 원자재 가격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물가상승률 둔화와 성장 전망 약화가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신흥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도 신흥국 통화의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1월과 2월 연거푸 기준금리를 낮췄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지난달 18일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중후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예정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