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산업, 누가 인수하는게 이치에 맞겠는가"
입력
수정
지면A13
인수에 강한 의지 표현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은 요즘 ‘담담한’ 표정을 지을 때가 많다. 그룹 운명이 걸린 금호산업 매각작업이 시작되면서 각종 변수가 속출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신세계그룹이 막판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을 때도 실무진 보고에 “그래요?”라고만 했다. 이틀 뒤인 27일 신세계가 LOI 철회 의사를 발표했을 때도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신세계가 불참한 것은 우리와 사전교감 전혀 없어"
금호산업 인수전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2일 서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지난해부터 금호산업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는 “순리대로 될 것”이라고 말해 왔던 그는 이날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그는 신세계가 인수전에 불참하기로 한 데 대해 “(신세계의 설명대로) 경쟁사인 롯데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으니 발을 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과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계속 강조해 온 게 순리와 이치”라며 “(아시아나항공 최대 지분을 가진) 금호산업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되찾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 호반건설이나 다른 기업이 (금호산업을) 사면 된다”고 말했다. 그룹 창립 이래 계속 경영해 온 금호산업을 되찾아오겠다는 강한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금호산업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 계획을 물었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최근 금호산업 주가를 매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금호산업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50%를 사는 데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이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당장 인수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게 주가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돈지간인 대상그룹과 손잡을 것인가’란 질문에 “전혀…”라며 말을 아꼈다.한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금호산업 지분 매각 입찰적격자로 호반건설과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등 네 개 사모펀드를 선정했다. 산업은행은 이달 9일부터 5주간 이들 다섯 곳을 상대로 예비실사를 거친 뒤 다음달 말 입찰제안서를 접수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