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오락가락 세금 추징에 '30조 부동산펀드' 만개(滿開) 못하고…

주택경기 활성화 긍정적 역할
2001년부터 취득세 일부 감면
세수 부족하자 돌연 1600억 추징

"수익률 하락 불러 투자자 피해"

국내 부동산펀드 순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저성장,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연 6%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에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펀드 운용사에 이미 감면해줬던 세금 1600억원을 다시 과세해 부동산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자금 공모펀드에 몰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부동산펀드 순자산(공·사모 합계)은 31조2523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국내외 부동산 임대업이나 대출채권 등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이다. 연기금 등 기관이 주로 투자하지만 최근엔 개인들도 공모 부동산펀드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2일 현재 공모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1조8225억원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펀드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중위험·중수익의 대체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반인의 소규모 자본을 모아 고가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락가락 조세정책

성장하는 부동산펀드가 지자체의 ‘오락가락 과세’ 방침으로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펀드는 주택경기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2001~2009년엔 부동산 취득세(4.6%)의 50%, 2010~2014년엔 30%를 감면받았다. 부동산펀드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이 모이면 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한 뒤 부동산을 먼저 매입하고 등록 후 감면된 취득세를 냈다.

그러나 세수 부족에 시달리던 지자체가 2013년 10월부터 “부동산 취득 시점에 부동산펀드로 등록되지 않은 경우엔 취득세 감면 대상이 아니다”며 30개 운용사가 굴리는 100여개 부동산펀드에 약 1600억원 규모의 취득세를 추징했다.

이에 따라 26개 부동산펀드 운용사는 현재 1600억원 상당의 취득세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일단 납부하고 지자체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일 이지스자산운용의 서울행정법원 2차 변론을 앞두고 부동산펀드 운용사와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2일 금융투자협회에 모여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세금을 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 펀드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에 분담 비율을 놓고 또 다른 다툼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부동산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2011년 11월 금융위원회가 등록 여부는 펀드로 인정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했다”며 “취득세 감면을 없던 일로 하고 다시 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펀드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며 “결국 피해는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