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앱 쏟아지는데…지자체, 특정 앱 지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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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맵·오렌지 등 3곳…서울시, 기사정보 등 공유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중소업체 리모택시의 직원들은 최근 TV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서울시가 ‘서울형 택시발전모델’을 발표하면서 특정 민간 업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특정업체 홍보는 불공정"…중소형 개발사 불만 커져
市 "별도의 재정지원 없어"
TV에 나온 서울시 택시물류과 공무원은 “이번에 새롭게 출시하는 오렌지택시(한국스마트카드)나 카카오택시(다음카카오), T맵택시(SK플래닛)는 기존에 제공하던 교통 관련 서비스망에 택시 호출 기능을 접목해 좀 더 강점이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또 “우버는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한 불법 유상운송 행위”라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앱 택시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리모택시를 비롯한 중소형 택시 앱 업체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 25만5000여대 택시 중 28%인 7만2000여대가 몰려 있는 서울에서 지자체가 특정 업체를 선전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정 업체 내세우는 서울시
서울형 택시발전모델은 △택시 민원 50% 줄이기 △예약 전용 고급 택시 운영 △부분적 요금 자율화 등 여러 방안을 담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인 스마트폰용 택시 앱이다.
서울시는 오렌지택시 카카오택시 T맵택시 등 세 곳과 불량 택시업체 정보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서비스 준비 단계부터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해 와 같이 일하게 된 것”이라며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택시업체 정보도 요청이 있으면 다른 업체와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수많은 택시 앱이 쏟아져 나와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특정 업체를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오렌지택시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스마트카드는 서울시가 지분 36.16%를 가진 대주주다. 외국계 이지택시의 한국 대표로 있다가 작년 말 국내 토종 리모택시로 독립한 양성우 대표는 “대기업의 택시 앱 진출보다 특정 기업을 밀어주는 서울시가 더 큰 위협”이라고 호소했다.
◆지자체가 택시 앱 내놓기도
경기 고양시가 올 1월 내놓은 고양e택시도 비슷한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앱은 고양시가 코코택시를 운영하는 코코플러스와 손잡고 내놓은 무료 콜택시 앱이다. 고양시 소속 2800여대 택시 중 1500여대가 가입했다.코코플러스는 LG유플러스와 벤처기업인 이젠플러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 함께 만든 회사다. 고양시는 택시기사에게 일반적으로 1000원가량인 콜비를 승객에게서 받지 않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콜비로 운영비를 마련하던 기존 전화 콜택시 업체는 고양시에서는 발을 붙이기 어려워졌다.
고양시 관계자는 “전화 콜에서 스마트폰 콜로 바뀌는 흐름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전화 콜 업체를 계속 보호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카카오택시 등 대형 업체들이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에 대비해 고양시 택시기사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고양e택시를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마트폰 택시 앱 업체들이 수수료를 안 받고 있지만 나중에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수수료를 내라고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업계는 시장에 맡겨야 할 일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은 구분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콜비를 안 받겠다고 한 것도 시장 경쟁의 결과”라며 “지자체가 나서는 것은 오히려 경쟁을 막아 불필요하게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