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안마촌 성매매 단속후 '도박판 현상' 울상

장한평역…유흥타운서 오피스상권 '오히려 불황'
2008년 4월 장안동이 지역구인 홍준표 의원이 총선에서 ‘장안동 일대의 성매매 업소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우기 전까지 장안평역은 서울을 대표하는 유흥가였다. 국내 안마방의 원조격인 이곳은 한때 100개가 넘는 안마방들이 모여들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08년 7월부터 시작한 경찰의 일제 단속으로 장안동 일대 안마방은 큰 타격을 입었다. 안마방이 문을 닫자 취객들과 업소 아가씨들을 상대로 발전한 인근 먹자골목도 타격을 입었다. 이후 이곳 먹자골목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오피스 상권으로 변모해 왔다.겉모습은 오피스 중심의 잘되는 상권처럼 보이나 상인들에게 들어본 이곳의 속사정은 달랐다. 장안동 먹자골목은 경륜·경정장인 ‘장안스피존’의 유동인구만 보고 뛰어든 창업 새내기, 높은 임대료 탓에 겨우 점포를 유지해나가는 상인, 재계약 문제를 두고 건물주와 갈등 겪는 임차인 등으로 혼란스러운 양상이었다. 상인들은 이곳 상권이 도박판처럼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유흥업소 사라진 장안평역 상권…오피스 인구와 경륜장 고객을 잡아야

1970년대 이후 중고차 매매업체가 장안평으로 들어오면서 이곳은 국내 최고의 자동차시장으로 알려졌다. 차를 사고팔기 위해 먼 지방에서도 고객이 올라 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숙박 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유흥가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장안동 먹자골목 상인들은 한동안 이들의 덕을 보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그러나 대기업에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고,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직거래 등이 활성화되면서 장안동 자동차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정타는 지난 2008년 실시된 성매매업소 집중 단속이었다. 안마방 등의 변종 성매매업소가 밀집된 이곳의 상권은 성매매 단속 이후 급속도로 쇠퇴했다.

중고자동차와 유흥업소를 찾는 남성들로 북적거렸던 이곳은 현재 외부 유입 인구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요 고객층은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경륜장을 찾는 사람들이다. 장안동 먹자골목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밥집과 경륜장 고객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의 술집이 혼재돼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골목 초입에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프랜차이즈나 체인점이 많았다. 반면 초입을 지나 장암스피존 인근으로 갈수록 경륜·경정을 즐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점포들이 몰려 있었다.금융업·중소기업 등이 밀집한 이곳 먹자골목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러 오는 오피스 인구가 일시에 몰려든다. 대신 저녁에는 한적한 편이라고 한다.

약 2년 간 이곳에서 장사해 온 ‘장충동 족발’ 대표는 “점심식사만 칼 같이 하고 가는 직장인들 위주로 매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점식 식사 위주의 한식집이 점포를 내놓았다”며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녁 메뉴를 개발하지 않고 점심 메뉴로만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충고했다.

‘장안스피존’ 앞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로 대낮부터 북적거렸다. 인근의 한 상인은 가게 손님의 70~80% 정도는 경륜을 하러 온 중·장년층 남성들이라고 했다. 경륜장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광명 뼈 감자탕’, ‘광명식당’, ‘명태찜보쌈’, ‘왕꼼장어’ 등 저렴한 메뉴를 파는 술집으로 손님들이 몰려 있었고, 분식을 파는 경륜장 앞 포장마차 역시 손님들이 많았다.이곳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상인은 “스피존을 찾는 고객은 평일에도 수천 명이 될 정도로 많고, 주말이면 더 많다”며 “경륜이 끝나는 저녁 시간이 되면 말 그대로 손님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했다.

일부 되는 곳만 손님 몰려…타깃 잘못 설정하면 낭패 봐

장충동 족발 대표는 “스피존 인근 코너에 있었던 호프집은 경륜장을 들락날락거리며 쉬는 시간에 술 한 잔하러 나오는 고객들이 많아 장사가 잘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6년 간 장사를 한 ‘왕꼼장어’ 대표는 “경륜장을 지속적으로 찾는 중·장년 손님들이 많아 상권이 북적거려 보인다”며 “그러나 경륜장 입구 일부 가게에만 손님이 많을 뿐 상권 내 모든 점포들이 골고루 잘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경륜장을 찾는 고객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먹자골목 내 음식점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집 역시 전체적으로 잘 된다고 하기 보다는 스피존 인근 일부 가게에서만 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이곳에서 음식점을 창업할 때에는 경륜장 고객은 주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고, 술집을 창업할 때에는 타깃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조언이다.

경륜장 부근에 있는 ‘북창동 순두부’ 대표는 “잘 된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임대료는 비싸고 장사가 안 되니 힘들어서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어 “경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지만, 이들을 기대하고 들어오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먹자골목에서 약 8년간 장사해 온 ‘퓨쳐불닭’의 대표는 “유흥가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는 장사가 확실히 잘 됐다”며 “유흥업소가 하나둘씩 문을 닫은 후부터는 외부 유입 고객이 끊기면서 상권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장사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상가 1층 20평 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 300만~500만원, 권리금 1억원 수준이었다.그는 “이곳 점포들은 임대면적 보다는 입점 위치가 더 중요하다”며 “권리금의 경우 평수와 상관없이 1억원 정도로 일반화된 추세인데, 보증금과 월세의 경우에는 위치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