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운치 않은 서울시의 비서실 개편
입력
수정
지면A34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서울시가 정책수석과 미디어수석실을 폐지하는 비서실 개편안을 전격 발표한 지난 3일. 시청사에서 우연히 만난 시 고위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후 정무라인을 포함한 비서실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해졌다고 했다. 비서실이 각종 서울시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실·국 공무원의 권한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신임 비서실장에 행정직 공무원인 서정협 정책기획관을 임명하는 등 대대적인 비서실 개편인사를 했다. 정책수석과 미디어수석실은 특보로 사실상 격이 낮춰졌다. 비서실 조직으로 인해 실무 부서가 주요 이슈나 대형 사업에 주체적으로 나서기를 꺼리고, 시장과 실·국장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서울시의 공식적인 설명이다.과연 그럴까. 박 시장이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부시장, 정무수석 등 모든 비서실은 당시 민주통합당과 시민단체 인사들로 채워졌다. 정무라인에 행정직 공무원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개 단체장이 선출된 직후 정무라인의 힘은 행정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행정 라인을 압도하게 마련이다. 정무라인이 시장의 의중을 행정 라인에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다. 서울시의 지금 설명대로라면 이때부터 시장과 실·국장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야 한다. 시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지난 3년여간 시정이 제대로 운영돼 왔는지에 의문이 들 정도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서야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걸까. 시 내부에선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후 과거에 비해 다소 조급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역고가 공원화,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통합 등의 정책이 제대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다 보니 박 시장이 시 간부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를 의식해 일부 고위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비서실 개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건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생기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몸 사리기와 속도 조절에 나서는 공무원이 많을수록 시정 발전은 요원해진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