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매물폭탄 1조2000억

대부분 ETF 매물로 추정
9일간 쏟아내 지수 상승 발목
증권사들의 매물 폭탄이 코스피지수의 2000선 안착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후 5일까지 9거래일 동안 증권사에서 쏟아진 매물은 1조2000억원어치가 넘는다. 외국인들이 연일 주식을 사들이고 있음에도 코스피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매물의 정체를 상장지수펀드(ETF) 청산 물량으로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09포인트 오른 1998.38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과 개인들이 주식을 사들였지만 1100억원이 넘는 기관 매물이 지수의 발을 묶었다. 이날 쏟아진 매물은 ‘금융투자’로 분류되는 증권사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기관 전체 순매도액보다 많은 136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여러 종목을 ‘묶음’으로 사고파는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한 매물이 900억원어치에 달했다.전문가들은 KODEX200, KODEX레버리지와 같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 매물이 증권사의 프로그램 비차익 매물로 바뀌어 시장에 나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TF는 자산운용사 상품이지만 증권사가 유동성 공급자(LP)로 참여한다. 개인이 매도한 물량을 증권사가 떠안는 구조다. 증권사들이 향후 증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 물량을 그대로 가져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주식 현물을 한꺼번에 시장에 파는 방법으로 ETF를 청산한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ETF 물량을 감안한 이론상의 추가 매물은 1조8000억원어치에 달한다”며 “1조원어치 정도가 시장에 더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기계적으로 쏟아진 프로그램 매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전에 신고한 차익거래 계좌를 통하지 않은 차익거래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경우 통계는 비차익거래 매물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