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사상 첫 年 1%대…경제, 가보지 않은 길 들어섰다
입력
수정
지면A1
한은, 0.25%p 내려 年 1.75%로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연 1%대 시대가 열렸다.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만큼 경제 여건이 절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한국은행이 고심 끝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만큼 그동안 국민 앞에 약속한 대로 노동·공공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기부양·구조개혁 공은 정부로
한은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1.75%로 전격 인하했다. 지난해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린 이후에도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5개월 만에 0.25%포인트를 추가로 내렸다. 이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부터 17개월간 유지됐던 사상 최저 금리의 마지노선(연 2.0%)이 무너졌다.한은은 지난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때와는 달리 선제적이면서 적극적으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지도에 없는 길’을 선언한 최경환 경제팀의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데다 올 들어선 디플레이션 그림자까지 드리우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세계적으로 통화 완화 경쟁이 격화한 가운데 우리만 손을 놓고 있다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작용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을 앞두고 금리 인하가 단행된 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경기 회복의 효과를 높이려면 구조 개혁이 경기 활성화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30년의 명운이 달린 구조 개혁의 성패는 4월에 갈린다. 4대 개혁(공공 노동 금융 교육) 중 핵심으로 꼽히는 노동·공공 분야의 개혁안이 4월까지 단계적으로 마련된다. 그 윤곽은 이달 말부터 드러난다.
노동·공공개혁 앞두고 민노총 총파업 예고
"박근혜 정부 시험대 올라…밀리지 말아야"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대타협안과 공무원연금 국민대타협기구의 잠정 개혁안이 각각 이달 안에 나온다.
사회간접자본(SOC), 문화·예술, 농림·수산 분야의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대한 세부 계획도 4월 말 마련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구조개혁을 주저하는 것은 청년의 미래를 가로막는 것인 만큼 비장한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며 “노·사·정 대타협과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구조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3~4월 중에 반드시 내겠다”고 강조했다.이때 구조개혁안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선 정국으로 한 발 더 다가서는 하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절박감이다.
하지만 구조개혁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연말정산 파동에서 비롯된 ‘증세 없는 복지’ 논쟁으로 정부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데다 세월호 참사 1주기와 맞물려 ‘대(對)정부 투쟁세력’이 결집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노동계는 이미 강력한 춘투(春鬪)를 예고해 구조개혁 저지 움직임에 나섰다. 노사정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내달 16일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고 24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선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등도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세월호 유가족과 각계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500㎞ 도보행진을 마치고 세월호 통합기구인 ‘4·16 국민연대’ 결성 준비에 돌입했다. 100여개 이상의 시·군·구에서 다양한 집회와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추모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의 명분 없는 ‘정치 파업’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구조개혁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얼마나 인정받느냐가 관건”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조진형/김유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