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업은 돈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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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6
경영의 본성 파헤친 '억만장자의 바이블'
경영의 모험
존 브룩스 지음 / 이충호 옮김 / 쌤앤파커스 / 612쪽 / 1만6000원
![](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AA.9691941.1.jpg)
하지만 에드셀은 미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참담한 실패를 기록했다. 1959년 11월19일 생산 중단까지 2년2개월 동안 에드셀 판매량은 10만9466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승용차 대수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다. 외부 평가에 따르면 에드셀로 인한 포드의 순손실은 3억5000만달러였다. 차를 한 대 생산할 때마다 그만큼 고스란히 손해본 셈이다.포드는 왜 이런 실패를 겪었을까. 당시 정설은 “포드가 에드셀을 여론조사 결과와 동기 조사에 맹목적으로 의존해 설계하고, 명명하고, 선전하고, 홍보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영의 모험》의 저자 존 브룩스는 면밀한 취재 결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워런 버핏](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AA.9692632.1.jpg)
저자는 1960년대 일어난 중요한 기업, 금융, 경제 관련 사건이나 이슈를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정리해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영서가 경영의 원칙을 나열하는 데 비해 이 책은 실제 사례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책에 수록된 12편의 에피소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 포드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와 제록스라는 혁신 기업의 탄생 과정, 기업가 정신의 본질, 기업 조직에서의 소통 문제, 기업 비밀 보호법과 인사 관리 등의 사례들은 기업과 이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것이다. 급격한 주가 변동, 내부자 주식 거래, 투자자 보호 문제, 주가 조작, 주주총회 현장 등을 다룬 5개의 글은 증권 시장을 파헤치고 있다. 소득세를 둘러싸고 맞서는 주장과 파운드화의 평가 절하를 두고 벌어진 국제 공조 등은 거시경제정책 관련 이슈다. 반세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지만 현재의 독자에게도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의 초판은 1969년 미국에서 발간됐고 1970년대 절판됐다. 이후 ‘전설적인 경영서’란 소문만 무성했다. 빌 게이츠가 지난해 자신의 홈페이지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라고 추천하면서 미국과 영국에서 43년 만에 재출간됐다. 1991년 워런 버핏이 이 책을 게이츠에게 추천하고 직접 빌려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억만장자의 바이블’이란 별명과 함께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게이츠는 이 책의 재출간을 돕기 위해 저자의 아들을 찾아내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게 아니라 오래됐기 때문에 유효하다”며 “이 책은 인간 본성에 관한 것이고, 그래서 시간을 초월한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