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전세 씨 말려…전셋값 5% 오를 것"

한국경제신문·건설산업硏 조사
전세의 월세 전환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임대·임차인의 36% 이상이 올해 전셋값 상승률을 4~5%로 전망했다. 한경DB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시행한 ‘전·월세 동향과 기업형 민간임대주택(뉴 스테이) 인식 조사’ 설문에서 올해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응답이 74.9%에 달할 정도로 전세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설문조사 대상자는 임대인·임차인 690명이다.

◆올해 전셋값 4~5% 오를 것전셋값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는 지역별로 서울 거주자가 79%로 가장 많았다. 인천 거주자는 72.9%, 경기 거주자는 69.6%가 전셋값 강세를 예상했다. 전셋값 하락 응답은 8%, 보합권은 17.1%에 그쳤다.

상승폭에 대해선 ‘4~5% 오를 것’이란 대답이 36.7%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국민은행 기준 수도권 주택 전셋값 상승률(4.61%) 수준이다. ‘2~3% 오를 것’이라는 응답도 29.4%나 돼 상승률 2~5% 전망이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거주자들은 평균보다 더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전망했다”며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 원인으로 36.6%가 ‘전세물량 부족’을 꼽았다. 허 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 속에 집주인이 전세 물량을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지난 1월 월세 거래 비중은 43.5%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머지않아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매매 대신 전·월세를 유지하려는 수요 증가(26.1%) △전세 선호 수요 증가(17%) △주택 공급 부족(11.2%) 등이 뒤를 이었다.◆민간임대 절반은 집주인이 관리

임차인들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한 불만 사항으로 ‘좁은 주차장 등 물리적 환경’(33.8%)과 ‘높은 임대료’(31.2%)를 우선 꼽았다. 높은 임대료라는 답변은 지난해 이후 지속되는 전셋값 고공 행진 및 전세의 월세 전환 등과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임차 주택의 관리는 소유주가 직접 하거나(46.4%) 세입자가 자체 관리(34.5%)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업체를 통한 관리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집주인들이 임대 주택을 보유한 이유로는 ‘안정적인 임대수익 확보’(40.3%)와 ‘매각 지연 등 비자발적인 요인’(35.4%)이라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또 주택 임대 시 애로사항으로 ‘임차인의 유지보수 요구 및 처리’(39.5%), ‘연체 공실률 등 수익 감소 우려’(32.8%) 등을 꼽았다. 세를 놓은 주택의 연평균 수익률은 4% 이하라는 응답이 61.3%로 가장 많았다. 이춘우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 대비용으로 주택 임대업을 고려하는 수요가 많다”며 “체계적인 임대관리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아 임대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김진수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