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 시행 전 재고떨이"…수입차, 파격 할인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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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배기가스 규제 강화 앞두고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소비자가격이 5930만원인 아우디 A6(35 TDI)를 4800만원에 샀다. 김씨는 “베스트셀링 카를 20% 가까이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여서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준미달 차량 판매 서둘러
20% 할인에 36개월 무이자도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들어 파격 할인에 나섰다. 연말 특판가에 가까운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오는 9월 유럽연합(EU)의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 시행을 앞두고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차량을 서둘러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델 변경을 앞두고 재고 차량을 서둘러 털어내려는 곳도 적지 않다.디젤차 비중이 높은 독일 업체들이 적극적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이달 들어 A6를 1000만원 이상 할인해주고 있다. 딜러 업체에 따라 최대 20%가량 깎아주고 있다. A6처럼 올해 국내에 신모델이 나오는 A7과 스포츠카인 TT도 10% 이상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딜러 업체와 영업사원들이 본인들의 판매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차값을 덜 받고 있어 할인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중형 세단 CC를 10% 이상 할인해주고 있다. 지난 1월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온 신형 투아렉도 5%가량 싼 가격에 팔고 있다.유로5 기준의 차량은 오는 9월 전까지 국내로 들어오는 통관 절차를 마쳐야 하고 90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 11월 하순까지만 국내에서 팔 수 있다.
유로5 기준의 디젤차가 많은 다른 독일 차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MW 공식 딜러인 코오롱모터스는 3월 한 달간 SK그룹 임직원에게 50대 한정으로 현금 구매 시 최대 20%를 할인해준다. 베스트셀러인 520d는 6390만원에서 1150만원(17.9%) 내린 5240만원에 판매한다. BMW그룹코리아 본사 차원에선 주력 차종에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적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본사 프로모션을 거의 하지 않지만 딜러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벤츠의 최대 딜러 중 하나인 한성자동차는 S 클래스 구매자에게 140만원 상당의 골프 클럽 세트를 증정하는 등 차급별로 현물 프로모션을 준비했다.그동안 주춤했던 미국 차와 일본 차가 많이 팔리는 것도 독일 차 업체들이 공격 마케팅을 하는 요인이다.
도요타(렉서스 포함)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에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1.1% 늘어난 2181대를 팔았다. 판매량이 감소하던 작년 초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도요타와 상황이 비슷했던 혼다도 올 들어 두 달간 판매가 45.5% 증가했다.
일본 차뿐 아니라 캐딜락(200%), 푸조(154.5%), 랜드로버(143.8%) 등 비(非)독일 브랜드들도 약진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독일 디젤차의 기세는 한풀 꺾이고 가솔린·하이브리드 등으로 차종이 다양화되는 추세다.이 때문에 수입차만 나홀로 성장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 판매량은 20만5286대로 1년 전보다 0.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차는 39.1% 증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