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씨 살려라'…재정 10조 추가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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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하에 화답…'쌍끌이' 경기부양
정부, 상반기 3조 조기집행·하반기 7조 투자…소비·투자 회복 총력

상반기에 경기 회복의 탄력을 붙여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흐름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로 떨어진 지 8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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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상반기 재정 집행률을 기존 58%에서 59%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로써 올해 대상 사업 예산 313조3000억원에서 183조6000억원을 상반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 계획보다 2조원 늘린 것이다.정부는 또 46조원 정책 패키지의 잔여분 가운데 상반기 집행 규모를 기존 5조5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안전투자펀드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한도도 기존 150억~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린다.
아울러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의 올해 투자 규모를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5조원 늘리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산업은행과 민간기업이 1 대 1로 매칭해 신성장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3년간 30조원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투자금의 절반을 올해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여수산업단지 내 신규 공장 설립, 경북 영양 풍력발전사업 착공 등 규제에 막혀 있는 현장 대기 프로젝트도 관련 법령을 바꿔 연내 5000억원가량의 신규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관 리스크 분담을 위한 새로운 민자사업 방식 도입 등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민간의 여유 자금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올해 공공기관의 투자 규모도 1조4000억원 늘린다. 저유가 속에서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으로 여유가 생긴 한국전력은 노후 송배전시설 교체 및 보강사업에 1조원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자원공사, 도로공사 등도 투자 규모를 4000억원 늘렸다.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원래 예정에 없다가 지난 18일 갑자기 확정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1.75%로 내리자 정책 시너지를 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동산 증권 등 자산시장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생산 투자 소비 등 실물 경제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올 1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3.7%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1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여기에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1.1%로 1999년 이후 15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이 같은 상태가 이어질 경우 자산시장 회복이 ‘반짝 활황’에 그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하반기 들어 성장률이 둔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우려다.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은 세수 부족에 시달린 정부 재정지출 급감으로 전기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쳐 9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재부는 상반기에 경기 회복의 탄력을 붙여야 ‘상저하고’의 성장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경제 흐름의 개선세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동시에 ‘유효수요’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경기 활성화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같이 4분기 성장세가 둔화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맞물려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실물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