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햇살 눈부신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사진 찍으면 액자가 되는 곳

몽펠리에역 근처 코미디 광장의 건축물.
프랑스 하면 대부분 파리의 에펠탑이나 몽마르트 언덕 등을 자동으로 연상하지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프랑스 남부에는 지중해 햇살이 눈부신 해변과 동화의 나라에서 온 것처럼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선 소도시가 수없이 많다. 중세의 향기가 남아 있는 몽펠리에는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하다. 눈을 들어 보면 곳곳이 볼거리요, 사진을 찍으면 액자가 되는 환상적인 프랑스 남부 도시로 자동차를 타고 달려갔다.

연둣빛 새잎이 돋아난 프랑스 국도프랑스 남부 여행을 프랑스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다가 차를 빌려 프랑스 남부까지 가게 됐다. 바르셀로나에서 국경을 넘어 프랑스 남쪽 도시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시간. 아름다운 도시가 많았지만 동행한 친구 중 한 명이 한동안 산 적이 있다는 몽펠리에와 엑상프로방스, 마르세유를 주요 도시로 정했다. 오픈카까지는 아니더라도 시트로앵 C4 피카소를 타고 지중해의 감성이 충만한 프랑스 남부 도시를 달린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벅찼다. 서울에서 내비게이션까지 빌려 오는 등 치밀하게 준비하고 프랑스 남부 여행을 시작했다.

4월, 프랑스로 가는 국도에는 싱그러운 연둣빛 새잎이 돋아난 봄 나무들이 그림처럼 도열해 선다.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면 몽펠리에까지 3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정오가 되기 전에 프랑스 남부에 도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는 길에 고속도로인 줄 알고 마냥 국도를 타고 간다면 6시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바로 우리가 그랬다).
새롭게 들어선 시가지 앙티곤의 모습.
유적과 현대 건축이 공존하는 몽펠리에

몽펠리에는 프랑스 남부의 랑그도크 루시옹 지방의 주도다. 마음만 먹으면 구시가지의 관광지는 반 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다. 하지만 인구로 보면 프랑스에서 여덟 번째 큰 도시다. 그 인구의 3분의 1을 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의학대학이 이 도시에 있으며 여러 대학이 모여 있는 ‘대학 도시’이기 때문이다.몽펠리에는 10세기 말쯤 건설돼 10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트램을 설치하고 대대적인 도시계획을 지속해 지금은 유럽에서 도시 개발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인 리카르도 보필이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설한 신시가지 앙티곤과 레즈(Lez) 강가에 건설된 마리안 항, 건축가 장 누벨과 프랑수아 퐁테가 새로 설계한 시청사 주변의 신시가지 등은 모두 몽펠리에의 현재를 보여주는 곳들이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몽펠리에가 무척 현대 도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몇 발짝만 걸어 들어가면 1000년에 달하는 역사가 구시가지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생 클레망 수로.
생 클레망 수로로 가는 아름다운 길

우선 여행자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곳은 몽펠리에역 가까이 있는 코미디 광장이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이 광장의 가운데 세 명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고, 그 주변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해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다.한 도시마다 머무는 일정이 1박 2일 정도로 짧았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효율적으로 도시를 둘러봐야 했다. 구시가지의 경우 관광열차를 타고 주요 유적을 돌아보는 코스가 알찼다. 특정한 장소나 건물에 대해서는 가이드의 설명도 이어져 쉽게 알 수 있었다.

몽펠리에에서는 생 클레망 수로로 가는 길이 가장 아름답다. 1772년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로마식 아치교와 그 주변으로 완벽하게 보존된 중세 분위기의 마을이 역사책 속의 사진처럼 완벽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된다면 아래 펼쳐지는 마을의 골목들을 다니며 헤매도 좋을 곳이다.

과거와 현대를 만나는 파브르 미술관
코미디 광장에서 구 시가지 골목으로 들어가면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많다.
몽펠리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곳의 명소는 파브르 미술관(Le Musee Fabre)이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특히 17세기 플랑드르와 네덜란드 화가들, 유럽 회화 대가들의 작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한 도시에서 하룻밤씩 자고 이동하는 일정은 생각보다 벅찼다. 하지만 시간이 한정돼 있는 데다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부지런히 도시를 이동하며 프랑스 남부를 품에 안았다. 다행히 남부의 도시들은 한두 시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고, 찾아가는 길도 수월했다. 다만 내비게이션을 믿을 수 없게 돼 열심히 지도를 찾아가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몽펠리에에서 엑상프로방스까지는 1시간 반.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 오후 늦게 차에 올랐다.

몽펠리에서 꼭 가 봐야 할 곳

▲미크베(Mikve) : 미크베란 유대인들이 정결의식을 행하고 나오는 목욕탕 같은 곳이다. 집집마다 있기도 하고, 공동으로 쓰는 곳도 있는데, 몽펠리에에 있는 미크베는 13세기에 지어진 유대인들의 정결 목욕탕이다.

▲파브르 미술관 :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중 한 곳으로 꼽힌다.▲몽펠리에 가이드 투어. 도시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투어가 30개나 된다.

몽펠리에(프랑스)=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