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低' 경제심리 살아난다] 건설 바닥경기도 꿈틀…새벽 일용근로자 "한달에 20일은 일하죠"
입력
수정
지면A4
부동산 시장 활기지난 20일 새벽 4시30분 경기 성남시 태평고개 인력시장. 건설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인력사무소 앞에 일용직 근로자가 하나둘 모여들었다. “위례신도시 상가 공사 때문에 오늘 일감이 넉넉하다”는 인력사무소 팀장의 말에 일용직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인력시장 매점서 사흘에 하나 팔리던 목장갑…요즘엔 하루 3개씩 팔려
이사·인테리어업체 웃음꽃…작업 인부 인건비도 올라
모델하우스 연일 긴 줄…도우미 못 구해 '발동동'
20년째 건설 근로자 송출 업무를 해왔다는 한 팀장은 “작년 3월에는 1인당 한 달에 10일 정도였던 일감이 12월에는 15일 정도로 늘었고, 이달 들어서는 20일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0여명의 일용직이 찾는 태평고개 인력시장에서 이날 마감 시간인 오전 6시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은 대여섯 명에 그쳤다. 승합차에서 건설 근로자들에게 빨간 목장갑과 커피 등을 파는 50대 윤모씨는 “작년에는 2~3일에 목장갑 한 개를 겨우 파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세 개나 팔았다”며 웃었다.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 청약자가 몰리는 등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건설은 물론 이사와 인테리어 등 연관 업종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이사·인테리어업계 ‘화색’
분양시장 회복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공사가 크게 늘면서 지난 1월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9조2119억원)은 1월 실적 기준으로 조사를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달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이사와 인테리어 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신정식 서울시이사화물주선사업협회 이사장은 “1~2월에 계약서를 쓴 집들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이삿짐을 싸면서 하루에 2~3건씩 일을 나서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입주에 앞서 집안을 새로 꾸미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인테리어 업체들도 분주하다. 중소형 아파트가 모인 서울 중계동의 오성인테리어 오정애 사장은 “1월에 5건, 2월에 7건을 공사했는데 이달은 18일까지 10건이 들어왔다”며 “거래 증가를 체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리비는 서울을 기준으로 3.3㎡당 평균 약 100만원이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전체적으로 수리하면 3200만~3500만원가량 든다.
공사 문의가 늘며 인건비도 올랐다. 잠실과 가까운 삼전동 누마디자인의 박경희 대표는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인부 인건비도 올랐다”고 전했다. 일당은 일반 잡부가 17만원, 타일 기술자가 20만원으로 종전보다 2만원씩 뛰었다.모델하우스는 구인난까지
새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모델하우스 제작과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들도 밀려드는 일감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마곡지구와 김포, 동탄2신도시 등에서 모델하우스를 짓고 있는 B사 팀장은 “주택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2006년 이후 일감이 가장 많다”며 “밤샘 작업이 가능한 인부를 구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모델하우스를 찾는 방문객을 응대하는 도우미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모델하우스 한 곳당 12~15명의 도우미가 필요한데 이달 들어 매주 6~7곳의 모델하우스가 동시에 문을 열면서 구인난을 겪고 있다.
D분양대행사 팀장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3~4년 전에 일을 그만둔 옛 직원들한테 출근을 부탁했다”며 “최근엔 브리핑 능력을 떠나 필요한 인원을 맞추는 게 급선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모델하우스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초보 도우미도 경력직과 비슷한 13만원가량의 일당을 받을 정도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는 게 분양 업계의 설명이다.
김보형/이현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