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세계증시] 유동성 랠리로 美·英·獨 '연일 최고치'…세계 시총 1조5000억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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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銀 잇단 경기부양…나스닥 다시 5000 돌파2000년 3월10일 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048.62를 기록했다. 1년 동안 주가가 100%가량 급등하자 인터넷 중심의 신경제가 미 증시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전인미답의 역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나스닥지수는 약 48시간 동안 5000선 위에 머문 뒤 31개월간 80% 급락해 1100포인트대까지 밀려났다. ‘닷컴(.com)버블’의 붕괴였다. 나스닥지수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다시 5000선을 돌파했다. 나스낙뿐만이 아니다. 뉴욕증시의 S&P 500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주요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증시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꿈'만 있던 2000년과 달리 애플·구글 등 '실적' 뒷받침
Fed 금리인상 가시화땐 증시 한차례 충격 우려도
◆美유동성 장세 당분간 계속미국 증시는 뉴욕 증시에 이어 나스닥까지 사상 최고치 수준에 올라왔다.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금리 인하, 유럽의 양적 완화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다. 일부에서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금 흐름과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피델리티의 가빈 베이커 펀드매니저는 투자전문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나스닥시장은 ‘꿈’으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0년 나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인텔 오라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였다. 당시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당기순이익의 몇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은 각각 57배, 127배, 43배, 103배, 85배 등이었다. 지금 나스닥 시총 상위는 애플 구글 MS 페이스북 등으로 바뀌었고 이들의 PER은 각각 15배, 19배, 16배, 39배 등이다. 배론즈에 따르면 15년 전 나스닥시장의 PER은 100배가 넘었지만 지금은 21배로 S&P 500지수(17.5배)보다 소폭 높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증시거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가 밸류에이션이 상승세에 있지만 여전히 역사적인 범위 안에 있다”고 말했다.◆글로벌 증시도 랠리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FTSE지수는 지난 20일 7022.51로 마감해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다. 독일 DAX30지수는 올 들어 23% 상승, 12,000 고지를 돌파했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7년 만에 최고치인 3600선을 넘어섰다. 닛케이225지수는 20일 19,560.20을 기록해 200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의 동반 랠리는 미국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성장 둔화에 직면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고 있는 게 주된 원인으로 풀이한다. 미국은 6년간 제로금리 정책을 펴고 있고,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 완화를 시행 중이다. 특히 지난주 옐런 의장이 “금리 인상에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고 밝혀 금리 인상을 오는 6월에서 9월 이후로 미룰 것임을 시사하면서 증시 열기는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저금리가 2009년 3월부터 시작된 미 증시의 상승세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며 “Fed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증시가 한 차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