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비즈니스&스포츠] 당구장 전성기 되찾으려면…가족 오락·비즈니스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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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스포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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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차라리 당구장을 갈 일이다. 당구는 비교적 싸게 즐길 수 있는 장점뿐만이 아니라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스포츠’다. 요즘은 당구 전용 텔레비전이 생겨 토브욘 브롬달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도 있다.당구는 나이가 들수록 실력이 나아지는 몇 안 되는 운동 중 하나다. 각도를 계산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운동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라도 20대 때 당구공이 잠잘 때 천장에서 왔다갔다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운동이었다. 많을 땐 전국에 4만개의 당구장이 있었을 정도다. 특히 재닛 리 등의 포켓볼이 유행할 때가 전성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구장이 약 2만개로 줄었다.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일까. 맞는 말이지만 원인은 당구장끼리의 경쟁이 아니었다. 바로 노래방, PC방, 실내 골프게임장 등이 경쟁 대상이었다. 중장년들은 당구장 대신 산으로 떠났다. 이런 대체재들에게 당구장은 손님을 빼앗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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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구는 세계 대회가 열리는 공식 스포츠다. 적성 있는 학생들이 특기를 살려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세계 유수대학에 유학도 갈 수 있는 유망 종목이다. 은퇴하면 나는 산이 아니라 당구장으로 갈 것이다. 거기서 친구를 만나고 좋은 사람을 소개받고 같이 당구를 즐기며 새 사업을 얘기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눌 생각이다. 대학시절 200까지밖에 못 올린 내 평균 점수도 올리고 1000당구, 2000당구 같은 전설의 실력자들도 만날 것이다. 일상 속의 정해진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내는 상상력의 게임을 즐길 것이다.
권영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