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값만 올린 '단통법'…소비자·제조사·판매자에겐 '團痛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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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4
내수 죽인 '단통법' 6개월
개정안 발의만 5건…폐지법안까지 등장
비싸지고…안팔리고
휴대폰 판매 반토막…구형폰에만 수요 몰려
대리점 줄폐업 위기…'페이백' 등 불법은 여전
정부 "통신비 줄어"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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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휴대폰을 사기 어려워졌다. 판매점은 팔기 힘들어졌다. 시장은 꽉 막혔다. ‘단체로 모두를 아프게 하는’ 단통법(團痛法)의 통증은 더 심해졌다.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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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단말기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이 최신폰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판매점 관계자는 “이용자가 원하는 스마트폰과 판매하려는 스마트폰의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 규제 때문에) 시장이 꽉 막혔다”고 하소연했다.
단통법 시행 후 반 년. 시장엔 여전히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이 너무 비싸 불만이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이 안 팔려 한숨을 쉰다. 대리점 판매점은 폐업 위기에 내몰려 울상이다. 시장은 반토막났다. 지난달 번호이동(통신사를 바꿔 가입하는 것) 건수는 48만111건. 작년 같은 기간(114만9340건)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했다. 애초 취지였던 소비자 차별은 해소됐을까. 페이백(pay back) 등 불법 행태는 여전하다. 수법이 더 교묘해졌을 뿐이다.귀 막은 정부
단통법 부작용이 잇따르자 국회에선 법안 재개정 논의가 뜨겁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2일 단통법을 폐지하고 완전자급제를 시행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완전자급제란 TV나 PC를 살 때처럼 스마트폰 공(空)기계를 사서 원하는 통신사 요금제에 가입해 쓰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미래부와 방통위는 보완책 등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고폰 선(先)보상제 등 비교적 할인 효과가 큰 통신사 마케팅도 중단시켰다. 우회 지원금이라는 이유에서다. 명목은 단통법 조기 정착이다. 통신소비자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선 정부가 나서 통신비를 절반가량 내리기도 했다. 국내에선 정부가 가격 할인을 유도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기업이 싸게 파는 마케팅 활동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미래부는 최근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 서비스 가입 요금이 20% 가까이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휴대폰 서비스 가입 요금이 평균 3만7007원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7~9월(4만5155원)보다 18% 하락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요금이 하락한 이유는 단통법 시행 이후 가입자가 비싼 요금제보다 중저가 요금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 요금제를 강요하는 관행이 사라져 가계 통신비 절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용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판매점에서 전하는 분위기는 다르다. 스마트폰 가격이 너무 비싸 요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다. 판매점 관계자는 “정부의 주장은 밥 굶겨 놓고 다이어트시켜줬다고 생색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