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류' 펀드 된 '밸류' 펀드들

가치주펀드 차익실현에 한달 새 3000억 유출

지수 2000 넘기며 재투자 부담
5년 수익 94% KB밸류포커스
1500억 이탈…전체의 절반 차지
한국밸류10년·트러스톤밸류 등
올 들어 수백억씩 빠져나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또다시 환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지난 3년간 꾸준히 자금몰이를 해온 주요 가치주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매년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로 주목받았던 ‘간판급’ 펀드들의 성과가 주춤한 데다 2000선을 훌쩍 넘어버린 코스피지수 수준도 재투자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달 새 3000억원 빠져24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5개 가치주펀드에서 지난 한 달간 2819억원이 순유출됐다. 국내 주식형펀드(인덱스펀드 제외)에서 빠져나간 자금(1조888억원) 중 30%가량이 가치주펀드에서 환매된 것이다. 김정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가치주펀드가 예전만큼 수익률을 못 내고 있는 데다 가치주보다 대형 성장주, 배당 성장주 등이 각광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간판급 가치주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주펀드 순유출액 중 절반 가까운 자금(1504억원)이 KB밸류포커스에서 빠져나갔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박스권 증시에서도 매년 꾸준히 수익을 내온 덕분에 누적 수익률이 94.5%에 달한다”며 “2009년 펀드 설정 이후 3~5년이 지나 만기가 도래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신영마라톤의 지난 5년간 누적수익률도 55.25%로 최근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 상황에서 같은 펀드로 재투자하기에는 부담을 느껴 차익실현 뒤 일단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을 넣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일부 ‘안정형’ 펀드는 자금몰이

일부 펀드는 과거 대비 수익률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투자자가 이탈하고 있다.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올 들어 순유출액 527억원), 트러스톤밸류웨이(218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1(159억원) 등은 지난 1년간 1.5~3.7% 수익률에 그치면서 올 들어 300억~500억원씩 돈이 빠져나갔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가치주펀드는 싼 주식을 미리 사 상승할 때 팔아 수익을 내기 때문에 1년 내내 수익률 상승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저평가 주식들이 어느 순간 제자리를 찾아 수익률이 급등하기 때문에 장기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가치주펀드라도 주식 비중을 30~40%만 담는 채권혼합형 펀드들은 자금몰이를 지속하고 있다. KB밸류포커스30은 KB밸류포커스와 똑같은 전략으로 운용되지만 주식을 30%만 담고 있는 채권혼합형펀드로 한 달 새 144억원을 끌어모았다. 채권혼합형인 메리츠코리아에도 올 들어 11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