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SH공사 사장 "정릉·가리봉 등 '서울의 변신'에 1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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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현장에서 듣는다
허물고 짓는 재개발 대신 특성 살려 '도시 재생'
뉴타운 해제 180곳·사당역 일대 등 맞춤 개발
임대주택 늘리고 관리비 지원…주거복지도 강화

변창흠 SH공사 사장(사진)이 최근 서울시 개발 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도시 재생에 대해 내린 정의다. 전면 철거하고 새로 짓는 종전 방식을 탈피해 지역별 맞춤형 정비사업을 벌이는 게 핵심이다. 변 사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주로 하던) SH공사를 도시재생 및 주거복지 전문기관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이미 뗐다. 정비사업 대상 지역을 크게 네 종류로 분류하고 각각 맞춤형으로 재생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주거 환경은 열악하지만 사업성이 없는 200여곳이 첫째다.
변 사장은 정릉 스카이아파트를 예로 들며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답보 상태지만 안전진단 결과가 D, E등급인 곳들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익이 많이 나는 사업과 결합해 개발하는 식으로 공공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재개발 비례율(개발이익률)이 80~100%인 300여곳이다.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 불분명한 지역에 공공이 들어가 비용을 30%가량 낮출 계획이다. 그는 “공공이 적절한 가격에 인수하고 시공사는 도급만 하거나 공공이 선투자해서 사업성을 높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역세권 등 전략적 필요 지역이 그 다음이다. 수서·문정지구나 창동·상계지구 등을 장기적인(20~30년) 관점에서 지역 발전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사당역을 비롯한 시유지들도 잠재적인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재생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 분모도 있다. 시민과 공공이 함께 하고, 지속 가능한 재생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SH공사가 공공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서 선두에서 사업을 벌여 민간 투자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복안이다. 변 사장은 “개발 기획 단계부터 사후관리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참여해 해당 부동산을 넘어 지역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게 진정한 디벨로퍼”라고 풀이했다.주거복지도 강화한다. 일차적으로 대상을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서비스 이외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거비 지원, 민간주택 관리, 주거지원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도맡아 다양한 유형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 시내 11개 주거복지센터를 거점으로 임대주택 단지를 넘어 지역 단위 주거복지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변 사장은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25개 구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