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의 新사업 승부수 통했다…LG, 車부품 매출 3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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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주년 LG "목표는 세계 선도"LG그룹의 핵심 신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부품 사업 매출이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다. 전자제품, 음향, 모터 등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에 LG 특유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더해 자동차 부품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었다는 평가다. 27일 창립 68주년을 맞는 LG그룹이 기존 가전,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가공제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본격적으로 개편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음향·모터 기술력에 그룹차원 R&D 역량 결합
국내 5위 車 부품업체로 성장
통신칩·카메라 시스템 등 벤츠 등 완성차에 공급
디스플레이·배터리도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
◆국내 5위권 車부품사 된 LGLG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4개 계열사는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만 약 3조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3년 2조4000억원에서 30%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6위인 현대다이모스가 약 2조2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LG는 국내 5위권 자동차 업체로 올라선 셈이다.
그룹의 ‘맏형’인 LG전자가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운 약 1조3000억원을 책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품질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벤츠, 폭스바겐, GM 등이 개발하고 있는 미래형 스마트카에 통신칩, 카메라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는 성과도 거뒀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영역을 넓혔다. LG전자는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에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부품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의 볼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구본무 LG 회장이 인도 타타그룹의 사이러스 미스트리 회장과 면담한 것을 계기로, 타타그룹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도 성사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기존 사업에서 미래 먹거리 찾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로 6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복잡한 계기판을 없애고 하나의 디스플레이에서 차량 전체를 통제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관련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시장 성장세를 고려해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2016년 1조원, 2018년 2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이노텍은 자동차 부품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다. 관련 아이템만 차량용 모터, 센서, 카메라모듈,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등 20여종에 이른다. 매출도 2009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5300억원으로 5년 새 10배 늘었다. LG화학은 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난징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선제적 시장진입 효과 ‘톡톡’
자동차 부품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신뢰도와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LG전자가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지적된다. 일단 기존 사업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성공적으로 자동차 부품에 이식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기존에 만들던 무선통신 장비를, LG이노텍은 PC용 모터를 개량해 자동차에 적용하는 식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자동차가 친환경·인터넷·경량화 쪽으로 변화할 것은 분명하다”며 “LG가 이 같은 미래 트렌드를 읽고 기존에 강점이 있는 전자 통신 배터리 등의 사업을 응용해 자동차에 적용한 건 모범적인 신사업 개발 사례”라고 평가했다.
여러 가지 자동차 부품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것도 LG만의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는 차량 부품 디자인, 소재, 각종 모터, 디스플레이, 음향, 공조 등을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다”며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는 기존 부품업체들보다도 공급할 수 있는 부품의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구 회장도 자신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친환경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LG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위한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며 “아직 결과에 만족할 수 없지만 선도적 위치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