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행복한 아파트 고르기

한국 최초의 아파트는 일곱 개다. 학계에서 결판이 안 난 탓에 일곱 개를 얘기해야 중립된 입장이 된다. 아파트라는 용어는 1925년 발행된 ‘조선의 건축’ 속에 ‘동윤회(同潤會)의 아파트먼트’라는 기사가 실린 것이 최초다. ‘아파트’라 불리면 촌스럽고 ‘아파트먼트’라 광고해야 고급스럽다며 잘 팔렸다.

당시 식민지였던 한반도는 일본을, 일본은 미국을, 미국은 파리의 아파트 건축을 동경했다. ‘맨션’ ‘빌라’ ‘아파트먼트’가 다 그 부산물이다. 오늘날 영어 섞인 긴 ‘아파트 브랜드 마케팅’도 같은 맥락이다.아파트보다 아파트먼트를 선택한 사람들은 더 행복했을까.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데서 나온다. 사랑하는 기운의 나눔이고 번짐이고 전이다. 이런 기운들을 모아 보호하는 그릇이 집이다.

일곱 개나 되는 최초의 아파트 중 1930년에 지은 회현동 미쿠니 아파트가 있다. 3층 조적조, 건평 18평, 다다미방, 스팀 난방, 공동 욕실, 공동세탁장, 수도·전기 시설이 행복을 담을 외형이다. 즉 외피다. 이 외피 속 사람들의 행복 예측이 풍수학에선 가능하다. 즉 그릇과 사람이 주고받아 담겨질 삶의 순환이 풍수 빅데이터로 추론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미쿠니 아파트는 한국 주재 일본인 직장인을 위한 기숙형 아파트였다. 평면을 두고 그릇의 속살을 따지면 이 집은 경제적으로는 ‘직장인이 열심히 노력해도 승진이 어렵고 승진이 어려우니 재산 모으기는 더 힘들다’는 통계가 나온다. 건강은 ‘해소천식과 피부질환을 겪는다’, 가정은 ‘처와 사이가 안 좋고 부녀자가 아프다’라는 통계가 나온다.그런데 이 집이 동향이라면 이야기는 재미나게 바뀐다. 경제는 ‘하늘의 보화가 떨어져 기운이 흥하여 좋은 일이 생긴다’이다. 건강은 ‘여자가 건강하고 귀함을 받는다’, 가정은 ‘순리대로 흘러간다’로 전환된다. 생경하고 의아해 믿기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미국 백악관, 유럽 명문가 집, 7성급 호텔에 적용돼 추길피흉(追吉避凶)의 간절함을 소망한다.

주거가, 특히 아파트가 일확천금이던 시대는 저물었다. 부동산 자산으로서의 집은 행복을 담을 수 없다. 다가올 주거의 행복 패러다임은 내 가정의 행복과 꿈을 담아낼 미래의 공간이다. 집도 생명이다. 낡으면 고치고, 부족하면 채워서 창조적인 순환을 함께하는 소통의 동반자로 자리 잡아야 한다. 행복을 담아내는 아파트, 풍수학은 단 두 마디 선조의 현명함을 빌려 대신한다. ‘남향집에 동남문’. 아름다워 떠나기 싫은 집이 그립다면 한번쯤 되뇌어 새겨볼 말이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