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글로벌 M&A '광풍'
입력
수정
지면A13
1분기 인수합병 952억弗로 70% 급증지난 2일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백혈병 치료제 개발회사 파머시클릭스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았다. 막바지에 이른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210억달러의 인수 가격을 제시한 애브비의 승리였다. 액수가 공개되면서 파머시클릭스의 주가는 266달러로 18% 수직 상승했다. 올해 124달러에서 출발한 주가는 두 배 이상 솟구쳤다.
거품논란에도 몸값 천정부지
글로벌 M&A 달구는 제약업계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톰슨로이터 자료를 인용, 1분기 바이오 부문의 M&A 규모가 95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고 전했다. 업종별 비중에서도 12%로 통신, 부동산, 원자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금액 기준 상위 10건의 M&A도 파머시클릭스를 포함해 4건이 바이오 업종에서 나왔다. 화이자가 바이오시밀러(복제약품) 전문업체 호스피라를 168억달러에 사들였고, 캐나다 제약사 밸리언트는 위장약 전문회사인 미국의 살릭스를 지난 3월 158억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의료서비스 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는 카타마란을 128억달러에 사들였다. 이 회사는 병원처방전 약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며 약국의 수익관리를 대행하는 회사다.
30일에는 카타마란 인수를 포함해 4건의 바이오 관련 M&A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됐다. 아일랜드 제약사인 호라이즌 파마가 희귀병 치료법으로 유명한 미국 히페리온을 11억달러의 현금을 주고 사들이기로 한 데 이어 이스라엘 제약회사 테바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로 유명한 미국 아스펙스 파마를 35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후지필름도 미국의 생명공학업체 셀룰러 다이내믹스인터내셔널을 3억7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루에만 4건의 대형 M&A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바이오산업이 얼마나 빨리 재편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전했다.거품 논란에도 인수 가격 급등
바이오기업은 가격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향후 캐시카우가 될 의약품과 특허 확보를 위해 보유현금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FT는 대형화와 글로벌화 추세 속에서 기업이 ‘먹느냐, 먹히느냐’의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며 주력 판매 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나기에 앞서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약품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베팅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 나스닥지수도 바이오기업의 M&A가 시장을 달구면서 지수를 1.15% 끌어올렸다. 지난주 바이오기업 주가 거품 논란으로 2.7% 급락한 지수를 하루 만에 절반가량 만회한 것이다. 나스닥의 바이오테크지수는 최근 1년간 50%, 올 들어서만 15% 올랐다.기업 M&A를 자문하는 로펌 굿윈프록터의 한 변호사는 WSJ에 “시장 수요가 확실한 획기적인 신약이 계속 나오는 한 바이오업계 M&A 열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