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117세 할머니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60년대 중반 프랑스의 한 중년 변호사가 90대 여성 고객과 특별한 계약을 맺었다. 그녀가 죽을 때까지 매월 일정액을 주는 대가로 아파트 소유권을 받기로 했다. 그녀는 여생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고, 그는 집을 싸게 사는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30년 후인 122세 164일까지 살다 갔다. 세계 최고령자 잔 루이즈 칼망(1875~1997)의 실화다.

그녀는 85세에 펜싱을 시작했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 21세부터 117세까지 담배를 피웠다. 조사 결과 그녀의 조상들도 일반인보다 평균 10.5년이나 더 오래 살았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생활양식이나 음식보다 희귀한 장수 유전자 덕분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녀가 “자주 웃고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게 비결”이라고 했지만, 지루할 틈 없는 변호사가 훨씬 일찍 죽은 걸 보면 장수 DNA는 타고나는 모양이다.남자 최고령 공인 기록 보유자인 일본인 이즈미 시게치요(1865~1986)는 120년 237일을 살았다. 그는 91세가 돼서야 재혼을 단념할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105세 때까지 젊은이처럼 일했다. 담배는 116세에 끊었다. 그러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동심을 갖고 있었다. 매일 술 한 잔의 여유와 태평한 마음가짐, 유머가 장수 비결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110세 이상을 산 사람은 100명에 육박한다. 100세를 넘긴 사람은 수십만명이다. 국내에도 100세 이상 노인이 1만5000여명 있다. 일본은 6만여명이나 된다. 물론 여성이 세 배 정도 많다. 현재 남성 최고령자는 112세인 일본인 모모이 사카리다. 그는 지난해 기네스 인증서를 받고 “건강 비결은 하루 세 끼를 생선 위주로 잘 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욕심이 없어 “2년만 더 살고 싶다”고 했다.

학자들은 성장 발육기간(24세 전후)의 5배가 인간의 한계수명이라는 점을 근거로 우리가 120세까지는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본다. 성경 창세기 6장 3절에도 ‘그들의 날은 백이십년’이라고 했으니 이 또한 비슷하다.어제 세계 최고령자인 일본의 오카와 미사요 할머니가 117세로 세상을 떴다. 지난달 생일잔치에서 머리에 분홍색 꽃핀을 꽂고 수줍게 웃던 그 모습이 아직 선하다. 그동안의 인생이 길었느냐는 질문에 “짧았다”는 대답을 남기고 ‘만년 소녀’는 하늘로 갔다. 스시를 즐기며 하루 8시간 이상 자는 게 건강비결이었다고 했는데, 아쉽다. 인간 수명 120세에 3년을 남겨놓고 갔으니.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