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굶었더니 힘 빠진 두뇌…생과일주스 한 잔이 '보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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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건강 돕는 간식 섭취법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침을 먹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2%에 달했다.
"시간 없다" "습관이다"…직장인 42% 아침 걸러
간식으로 영양 보충해야
하루 1~2회 먹으면 적당…당뇨환자는 과일이 '독약'
가공식품은 간식서 제외를
직장인 10명 중 4명이 1주일에 한 번도 아침을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도 집에서 먹는 ‘일반 가정식’은 절반(55%) 정도였다. 나머지는 출근길이나 사무실에서 토스트·빵·샌드위치(17%), 선식·과일·녹즙(11%), 김밥류·커피·음료(6%), 시리얼(5%) 등을 챙겨 먹는 경우가 많았다.시간이 없고, 아침을 거르는 습관이 붙어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규칙한 식사 습관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한 간식에 관심 높아져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아침을 굶거나 다이어트나 기능성 위장장애 등으로 절식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영양소가 부족해지고 각종 대사활동이 위축되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간식(間食) 등으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식습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미국에서는 만성질환자들의 식이습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데이비드 카츠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교수는 적은 양의 간식을 자주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막아 당뇨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당뇨 환자에게 세 끼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적은 양의 간식을 자주 섭취토록 권하고 있다.
의료계에서 비만인 사람에게 간식을 추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섭취해야 할 하루 총에너지를 간식으로 분산 섭취하면 공복감을 없애 과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세 끼를 먹는 것보다는 같은 양의 음식을 여러 끼로 나눠 먹는 방법이다.아침 거를 땐 당분 많은 과일주스
적정량의 간식은 건강에 이롭다. 식사로 충분히 얻지 못한 영양소를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빵·과자·탄산음료·치킨 등 일반적으로 즐겨 먹는 간식은 고열량·저영양 식품이 대부분이다. 햄버거(350㎉), 피자·케이크(300㎉), 라면(500㎉) 등 간식의 열량은 밥 한 공기 열량(300㎉)과 같거나 더 높은 편이다. 김미리 바른식습관연구소 소장은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다 소모되지 못하면 지방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되도록 건강한 간식을 선택하고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어떻게 간식을 먹어야 보약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평소 식사습관과 생활패턴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송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오전에 간식을 먹는다면 우유보다 당분이 많은 과일주스가 좋다”며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혈당이 낮아져 두뇌 회전이 잘 안 되는데, 당분 음식은 두뇌 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근으로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포만감을 주면서 열량이 낮은 두부셰이크·샐러드 등이 좋다”고 덧붙였다.
질환에 따라 간식을 다르게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팀장은 “당뇨병 환자는 단 음식 대신 포만감이 높고,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간식이 좋다”며 “신장 기능이 안 좋다면 단백질 함량이 적으면서 당질과 지방이 많은 간식이 좋다” 고 말했다.
저나트륨 간식 여부 확인해야
간식은 하루에 1~2회 정도, 식사 2~3시간 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공복이 길어지면 다음 식사 때 과식할 수 있다. 이 팀장은 “하루 에너지 권장량 중 10~15%를 간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성인의 하루 에너지 권장량은 2000㎉다. 따라서 간식으로는 200~300㎉를 섭취하는 게 좋다. 우유 1컵(125㎉)과 사과 반 개(70㎉), 딸기 20개(40㎉), 요구르트 1개(50㎉) 정도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특히 한국인이 과잉 섭취하고 있는 영양소는 나트륨”이라며 “되도록 저나트륨 간식을 선택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간식을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간식을 너무 자주, 주식처럼 많이 먹으면 식습관이 불규칙해진다. 특히 잠자기 전 간식을 먹으면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밤에 음식을 먹어 장 운동이 활발해지면 자율신경계가 깨어나 잠을 유도하는 물질인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 시간에 적은 양의 간식을 여러 번 먹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당이 갑작스레 오르는 것을 막고, 공복감을 주지 않아 과식을 막을 수 있다. 단, 간식을 먹을 때는 칼로리에 주의해야 한다.
김하진 서울365mc병원 원장은 “가공식품은 간식 메뉴에서 빼야 한다. 가공식품은 대부분 인공감미료가 들어 있어 우리 몸이 열량을 더 흡수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만약 달거나 짠 음식, 크림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사과·건포도·아몬드·요구르트 등을 먹는 것이 좋다. 지난 식단에서 부족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원장은 “점심에 고기나 생선을 많이 먹었다면 간식으로는 채소나 과일을 먹고, 식사 때 채소를 많이 먹었다면 간식으로는 우유와 두유 등을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하진 서울365mc병원 원장, 이송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