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 타결] 3000만배럴 쌓아놓은 이란 '컴백'…"유가 30弗까지 떨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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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유엔 경제 제재 年內 다 풀릴 듯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P5+1)과 이란의 핵 협상이 2일(현지시간) 타결되면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7월부터 단계적으로 풀리게 됐다. 6월 말까지 세부사항이 합의돼 최종안이 마련되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등의 검증을 거쳐 유엔 유럽연합(EU) 미국 등의 대(對)이란 제재가 단계적으로 풀린다.
'하루 수출 110만배럴로 제한' 하반기 풀려
금융거래 재개 기대에 투자자 벌써 몰려
플랜트·항만 등 '제2 중동붐' 카운트다운
◆이란, 원유시장 강자로 부상이란 핵 협상 타결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에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52만배럴로 세계 6위다.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10%에 이른다.
하지만 핵 문제로 원유 수출량이 제한을 받으면서 그동안 국제 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2011년 하루 평균 250만배럴에 달했지만 이후 국제사회 제재가 강화되면서 2013년에는 하루 110만배럴로 급감했다.이란 정부는 핵 협상 타결 직후 경제의 근간이 되는 원유 수출이 곧바로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스위스 로잔에서 핵 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이란이 국제 원유 시장의 ‘참가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제재가 풀리면 2개월 안에 원유 수출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얼마나 빨리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경제 제재로 이란의 석유시추와 개발시설이 노후화돼 즉각적인 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제재가 본격적으로 해제되면 국제시장에서 이란 원유 수출 증가의 영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란이 현재 확보한 3000만배럴의 원유 재고는 생산 능력과 무관하게 당장 수출 물량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에바트레이드의 나임 아슬람 수석애널리스트는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원유가 추가로 시장에 유입되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 메이저 업체들의 이란 내 유전 개발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샌퍼드 C 번스타인의 오스왈드 클린트 선임 분석가는 “메이저 석유업체에 이란은 과거 러시아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타결 소식에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1.9% 하락한 49.14달러에, 북해산 브렌트유는 3.8% 하락한 54.95달러에 마감했다.◆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그동안 이란에 대한 제재로 세계 각국은 △금융 및 무역 거래 △에너지 조선 항만 △철강 등 원자재와 반제품 금속 △자동차 조립 거래 등에서 제한을 받아왔다. 7월부터 경제 제재가 풀리면 이란 정부는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는 물론 토목·건축 프로젝트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1600억달러 규모의 건설·플랜트 사업을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무역결제, 지급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비롯한 금융 관련 사업 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겨냥해 벌써부터 세계 각국 투자자들이 수도 테헤란에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균 기자/뉴욕=이심기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