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4년 박스권' 벗어난다] 글로벌 뉴머니·개인자금 속속 유입…"사상 최고치 돌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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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잠 깬 코스피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점 1층 객장. 증권사가 몰려 있는 여의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형 객장이다. 평소에는 백발이 성성한 단골 투자자 몇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어린아이를 안고 객장을 찾은 젊은 여성과 신규 계좌 개설이나 증권 상품 상담을 위해 부스를 차지한 사람이 많았다.
지표·수급·실적 '트리플 호재'로 시장 대전환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3년 만에 8조원대 회복
◆코스피 시가총액 사상 최고한국 증시가 ‘잃어버린 4년’, 다시 말해 지루한 박스권(코스피지수 1800~2050선)에서 벗어나는 데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6.78%, 코스닥지수는 21.19% 상승했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8조900억원으로 3년1개월 만에 8조원대를 회복했다. 사모 방식의 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9조7081억원으로 전달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뉴머니’가 속속 유입되고 있다.
당분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개인자금의 증시 유입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1999년 이후 기준금리와 코스피지수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기준금리가 인하된 뒤 상당 기간 저금리가 유지됐을 때 유가증권시장은 단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었다.
단기 과열 우려가 나올 법도 하지만 시장은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 향방을 보여주는 선행지표인 시가총액이 박스권을 뚫으면서 지수 2100선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많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지난달 17일부터 사상 최고치(1239조원)를 넘어서기 시작해 이달 3일에는 1275조원까지 불어났다.◆한층 강해진 증시 체력
최근의 증시 상승세가 ‘반짝 강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실물경제와 기업 실적 호전 전망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와 한은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등에 힘입어 3% 중반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 기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렵지만 3년 연속 소폭 상승은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다.
원화가 일본 엔화 가치와 연동되면서 ‘엔저(低) 리스크’가 약화되고 지난해 한때 1000원 선을 아래로 뚫고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 안팎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상장사 실적 개선 등 기업들의 기초체력도 좋아졌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이달 초 집계한 국내 주요 155개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 전망치보다 2.66%, 순이익은 1.48% 올라갔다. 26개 증권사가 최근 추정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조4130억원으로 3월 초 전망(5조2125억원) 때보다 3.9%(2005억원)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기업 실적이 작년 4분기를 저점으로 올해부터 지속적으로 좋아질 것”(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국인, 한국 저평가 ‘주목’
향후 증시 활성화의 관건은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 1월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 10억33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지만 2월엔 11억6600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선 뒤 3월엔 24억8700만달러로 순매수 규모를 늘렸다.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정책 시행 이후 한국 주식의 저평가를 겨냥한 영국 등 유럽계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 순자산)은 1.09배로 인도(2.95) 태국(2.75) 대만(2.19)보다도 낮다. 영국계 자금은 한국 증시에서 2013~2014년 12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올 1~2월에도 1조122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지만 3월부터는 ‘바이 코리아’ 대열에 동참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영국계 자금이 지난달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저평가된 한국 증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욱/이고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