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4년 박스권' 벗어난다] '큰손'들이 먼저 움직였다…주식형 사모펀드 10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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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식투자 상품으로 돈 몰린다증시 안팎의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주식형 펀드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만 넘으면 쏟아지던 펀드 환매가 서서히 약화하는 모습이다. 자산가와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가입하는 사모형 주식형 펀드에는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연 1%대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이 ‘제2의 붐’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발빠른 '스마트 머니' 유입으로 사상 최고치
"주가 급락 없다"…ELS 발행액 작년의 2배
주춤하는 환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 방식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9조7081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고치였던 전달(9조5355억원)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주식형 사모펀드 설정액이 9조원을 넘은 것은 2008년 12월(9조765억원) 이후 6년3개월 만이다. 당시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가 매수에 대한 기대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거셌다.
사모펀드는 ‘50명 미만’이란 가입자 수 제한이 있는 데다 최소 수천만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유층과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꼽힌다. 투자 환경 변화와 시장 전망에 따라 발빠르게 움직이는 대표적 ‘스마트 머니(smart money)’다. 한 대형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작년까지만 해도 고객들의 최대 관심사가 손실 난 펀드의 원금 회복에 집중됐는데 요즘엔 새 펀드를 많이 찾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공모펀드의 환매 물량도 크게 약화됐다. 지난달 17일 코스피지수가 하루 동안 2.14% 급등하며 2000선을 돌파한 다음날 3148억원어치 펀드 환매가 이뤄졌지만 이후엔 하루 수백억원 정도 환매되는 데 그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할수록 매도폭이 확대되던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졌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2009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총 42조원가량이 빠져나갔다”며 “이제 환매 물량은 나올 만큼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판매 잔액도 소폭이나마 증가세다. 작년 8월 48조2730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펀드 판매액은 지속해서 늘어 올 2월 51조6020억원으로 집계됐다.
늘어나는 투자 문의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식과 관련된 간접투자 상품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ELS 발행액은 총 10조2978억원. 작년 12월(10조4561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작년 같은 달의 발행액(4조9609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앞으로 국내외 증시가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ELS는 기준시점 대비 주가가 일정 수준 떨어지지만 않으면 당초 약속한 금리(연 6~8%)를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다. 백민우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차장은 “앞으로 주가가 고꾸라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줄어들면서 ELS가 잘 팔리고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률을 바라는 채권 투자자들도 주식을 일부 섞는 채권혼합형 펀드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전했다.증권사 은행 등 일선 영업점에서도 금융투자 상품 등 위험자산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일부 해외펀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중국본토 중소형 포커스 펀드’ 판매를 긴급 중단했다. 불과 2주일 만에 1000억원의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운용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한 펀드에 개인 투자자금이 하루 100억원 넘게 쏠린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해외 주식형 펀드엔 지난달 총 6296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4월(7512억원) 순유입 이후 약 7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 행진이 멈춘 것도 2009년 7월 이후 5년7개월 만이다.
조재길/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