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약진하는 한국기업] 제조업 넘어…금융도 '1등 DNA'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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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삼성과 시틱의 제휴는 삼성의 중국 비즈니스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과 중국의 밀월관계가 그만큼 깊어졌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미 삼성의 핵심 제조 기지다. 삼성은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은 주로 베트남에서 만들지만 반도체 등 부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며 해외 생산 거점을 이원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에서 삼성을 대표하는 핵심 생산시설은 산시성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다. 2012년 9월 착공해 지난해 5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은 미국 오스틴공장에 이어 삼성전자의 두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삼성의 단일 공장 중 최대 규모인 총 70억달러(약 7조7000억원)가 투자됐다.여기에선 첨단 낸드플래시인 ‘V-낸드’ 메모리를 생산한다. 삼성이 그동안 미국을 제외하면 해외에 짓지 않던 반도체 라인을 중국에 지은 것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생산거점이자 세계 낸드플래시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I도 올해 10월 가동을 목표로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이 해외에서 첫 번째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본격 가동되면 연간 4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시안 공장에 6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투자금은 삼성SDI가 50%,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안경환신그룹과 부동산투자업체인 시안고과그룹이 50%를 각각 대기로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2020년쯤이면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북미와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부상할 전망”이라며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실질적 리더인 이 부회장도 중국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 폐막일인 지난달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기업가 좌담회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춘 나라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이 행정 절차 간소화 등으로 투자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삼성은 중국 본토 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시 주석과도 인연이 깊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이후 시 주석과 벌써 네 번이나 만났다.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시안은 시 주석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 주석도 저장성 당 서기 시절인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둘러보며 일찍부터 삼성전자에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포럼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이기도 하다. 2013년 4월 최태원 SK 회장 후임으로 임기 3년의 보아오포럼 이사에 선임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