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마이너스 금리로 장기債 첫 발행

금리 떨어지고 만기 길어지고…지형도 바뀌는 글로벌 채권시장

멕시코는 100년만기 유로채 발행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등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가 늘어나고 초장기 국채 발행도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8일(현지시간) 10년 만기 국채 2억3251만스위스프랑(약 2630억원)어치를 사상 최저 금리인 연 -0.055%에 발행했다. 장기 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 발행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독일과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페인 등 유럽 국가가 발행한 국채 중에서 5년 이하 단기물은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됐지만 장기물의 발행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두 달 전만 해도 10년 만기 스위스 국채 금리는 연 0.011%였다.

마이너스 국채 금리는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서 오히려 웃돈을 얹어준다는 얘기다.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채권값 상승) 중간에 국채를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지만 만기까지 가면 웃돈만큼 손해를 본다. 유럽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 확산은 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 완화를 시행한 영향이 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도 국채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국채 금리를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오르면 명목 금리가 마이너스라도 실질 금리는 플러스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초장기 국채 발행도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멕시코가 유로존 역외 국가 중 처음으로 100년 만기 유로화 표시 국채를 다음주 발행한다고 보도했다.

초장기 채권 발행과 가파르게 하락하는 금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가 반등할 때 금융시장이 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맥칼레비 핸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 대표는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채권시장이 심하게 왜곡됐다”며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때까지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