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회서 직원 소원 들어주는 인터로조

중소기업도 기업문화가 경쟁력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인터로조의 노시철 사장(사진)은 분기마다 여는 노사협의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뭘 원하는지를 듣기 위해서다. 그래서 주로 말하는 쪽은 직원 대표들이다.

노 사장은 여기서 나온 직원 의견을 △당장 실현 가능한 것 △시간이 필요한 것 △실현 불가능한 것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 한 직원은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경조사비를 올려달라’고 건의했다. 노 사장은 본인 결혼 시 회사 축의금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결정했다. ‘여성 흡연실을 만들어달라’는 의견도 당장 가능한 것으로 분류했다.만약 의견이 없는 사원 대표가 있으면 노 사장은 “준비를 많이 해서 오라”고 오히려 다그친다. 회사 측 대표로 노 사장과 함께 들어가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웅영 이사는 “노사협의회를 한 번 열면 1억원씩 든다”고 말했다.

노 사장이 직원 의견을 반영하려 애쓰는 것은 ‘기업 목적이 단순히 이윤추구에 그쳐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그는 “회사가 돈을 버는 것은 결과물이고 그 과정을 책임지는 것은 직원들 몫”이라며 “직원들의 비전을 회사가 충족해 줘야 같이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로조는 직원 복지만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직원 인사도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우선 고려한다. 2010년 도입한 생산직 주부사원의 관리직 배치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에는 현재 300명가량의 생산직 직원이 있다. 이들 상당수가 결혼과 육아 탓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다. 관리자로서 역량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단순 생산 업무를 하는 사람이 많다. 노 사장은 “주부사원을 승진시켜 관리직으로 써보니 성과가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감이나 성취감도 남자 사원보다 높게 나와 지금보다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는 주부사원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노 사장의 ‘소통 경영’은 성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인터로조는 요즘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토종기업이다.

2000년 설립돼 15년 만에 자체 브랜드 ‘클라렌’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을 약 10%로 끌어올렸다. 코스닥시장 상장 첫해인 2010년 17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454억원으로 늘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 현지에 법인을 내고 ‘클라렌’을 수출할 계획이다. 노 사장은 “인터로조의 가장 큰 자산은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