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늘리는 규제완화] 수도권·서비스·ICT '3大 규제'만 풀어도 일자리 125만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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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의 일자리 효과전체 면적이 4만1277㎢인 스위스는 산악지대가 1만2450㎢다. 한국 강원도의 산지(1만3680㎢)보다 좁다. 스위스는 이곳에서 1년에 200억달러 이상의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인구 6000명의 소도시인 스위스 체르마트는 산지 관광으로만 매년 130만명을 유치하고 있다. 강원도 1년 관광객과 맞먹는 규모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산 정상에 호텔을 건설한 뒤 일어난 변화다.
수도권 개발 허용하면 79만명 고용 창출
기업 '족쇄' 풀어주는게 청년 취업난 해법
강원도도 설악산이나 오대산 일대에 체르마트 마을 같은 유명 관광지를 세우려 하지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발제한구역 같은 규제로 산악지대를 개발할 수 없어서다. 국내에서도 국립공원에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1980년부터 36년째 논의만 하고 있다.문화관광연구원은 산악지대 개발을 금지하는 규제만 풀어도 18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서비스 규제와 수도권 규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등 이른바 3대 규제만 풀어도 12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비스 부문서 42만개 일자리
스위스 리기산과 한국 설악산은 해발 1700m대로 비슷하다. 하지만 관광수입은 천양지차다. 2013년 기준 리기산을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한 관광객 한 명이 쓴 돈은 평균 51만9000원이다. 관광 수입이 급증하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만 1000명에 육박한다.반면 설악산 방문객의 1인당 사용 금액은 고작 3만2000원이다. 각종 산악 개발 제한 규제로 대피소나 매표소 외에 지을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일하는 직원 수도 수십명에 불과하다.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산악 규제 완화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주변에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한 학교보건법과 관광진흥법을 고치면 전국에 23곳의 대규모 호텔이 생겨날 수 있다. 이를 통해 1만7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명이다. 또 다른 서비스 부문 족쇄인 투자개방형 병원 금지 규제를 완화하면 최대 18만7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현대경제연구원)도 있다. 여기에 자동차 튜닝 규제 완화(최대 2만3000명)까지 합하면 서비스 부문 규제 개선으로만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42만2000개다.
◆무인차 무인기는 도입도 못해일자리 생성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수도권 규제 완화다.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 활성화법 등이 시행된 뒤 ‘국토 균형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수도권 내에 인구 집중을 유발하는 시설은 원칙적으로 지을 수 없게 됐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이 규제만 풀면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부지를 개발해 14만4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주한미군 반환 부지 개발에 착수하면 중장기적으로 65만1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창조경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ICT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인기(드론)를 도입하기 쉽도록 규정을 정비하면 5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게임산업(1만7000명)과 원격 진료 금지(8000명) 등의 규제를 풀면 ICT 규제 완화로만 3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박소연 전국경제인연합회 미래산업팀장은 “각종 규제만 정비해도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정부는 재정효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규제 완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